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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마승무원 Nov 17. 2024

시차에 돌아버리고, 익숙함에 돌아버리고

EP.비행일기

내가 글을 쓰는 이곳은 미국 뉴욕. 그리고 지금 시간은 새벽 4시 50분을 지나고 있다. 한국과는 14시간의 시차가 있고, 한국이 더 빠르니 한국은 현재 오후 6시 50분이겠다. 

 새벽에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당연하게도 첫째, 시차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긴 시간의 비행을 끝내고, 어제 도착하자마자 너무 힘들어서 챙겨 온 라면을 뽀글이로 만들어서 먹고서는 잠에 들었다. 7시간을 잠을 자고 일어났으나 잠깐을 뒤적거리다가 다시 잠에 빠졌고, 눈을 뜨니 한 10시간을 넘게 잤었다. 그러곤 잠에 완전히 깨어났고, 그저 침대에 누워서 시간을 보내기에는 너무 아쉽기도하고, 글을 쓰고 싶어서 챙겨 온 노트북을 꺼내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장비행의 장점은 돈을 더 많이 번다는 것, 그리고 해외에서의 경험이겠다만 단점은 뭐니뭐니해도 시차일 수 밖에 없다. 시차가 더불어서 찾아오는 몸의 무리란... 최근에 다녀온 프랑크푸르트와 뉴욕 4섹터 비행에서도 완전히 뒤틀려버린 시차로 인해서 고생했는데, 2주 뒤에 다시 찾아온 미국 뉴욕이다. 더군다나 최근에 다녀온 홍콩 턴 비행 중간에 마법사가 되어버려 힘들었는데, 하필 마법사가 된 와중에 이어진 비행이 이렇게 긴 비행이라 몸에 찾아오는 무리가 좀 더 컸다. 한창 본국에서 비행을 떠날 준비를 하고 유니폼을 딱 입었는데, 이번엔 몸이 전체적으로 많이 부었는지 유니폼이 너무 꽉 끼어서 명치가 순간 아파오는 이슈가 생겼었다. 그래서 비타민과 더불어 뭐 먹지도 않았건만 소화제 한 알을 함께 삼켜 브리핑룸에 도착했었다. 아무튼, 이렇게 몸에 무리가 있는 도중에 떠난 엄청나게 긴 비행이라니...다행히 몸은 지금 괜찮지만 돌아버린 시차를 겪는 중인 나이다. 

 새벽인지라 가능한 룸서비스가 없어서 배고픔과 싸우면서 글을 쓰는 와중에 저번에 왔던 뉴욕인지라 어디로 가야하는 지 갈피를 잡기가 어려운 나이다. 그렇다. 승무원들만이 겪는 또다른 이 직업의 단점 아닌 단점은 바로 '익숙함'이다. 남들은 미국 뉴욕인데 어디 배부른 소리한다고 하겠지만, 승무원들에게 직업 상 오게되는 이 취항지는 이미 2번 이상은 온 곳일 확률이 높다. 그렇기에 이미 처음 방문했을 당시에 다른 크루들과 함께 유명한 곳은 여기저기 다 돌아다녔기에 두 번을 오고, 세 번을 다시 오면 솔직히 갈 곳은 이미 다 다녔기때문에 어디를 또 나가야하는 지 고르고 생각하는 것이 일이다. 나의 경우만 해도, 이미 2주 전에 뉴욕에 와서 유명한 곳은 크루들이랑 다 같이 돌아다녔다. 그러고 2주 뒤에 다시 또 뉴욕에 온 것이다. 뮤지컬을 봐야겠다며 예약하려고했는데 세상 가격도 그렇고 왠만하면 자연이나 풍경 보는 걸 좋아하는 나이기에 부담스럽기는 하다. 이러한 익숙함이 단점인 셈인 것이다. 실제로 이미 몇 십년을 일하는 크루들에게, 아니 3년 이상을 일하기만해도 이미 갔던 곳이라며 굳이 나가지 않겠다며 호텔콕을 자처하는 크루들이 굉장히 많다. 나만 해도 이미 호주는 몇 십번은 갔기에 굳이 나갈 곳이 아니라면 밥 먹으러 나갈 뿐이지 멀리는 가지 않는다. 내 친한 사람들만해도, 벌써 이미 간 나라들이 익숙함에 절여져서 이젠 감동도 없고 흥미도 없다고 한다. 그래서 걱정이라고들 종종 말한다. 벌써부터 이러는데 오래 다녔을 때의 본인이 모습이 어떨 지 상상이 된다면서 말이다. 

 이렇게 시차에 돌아버리고, 익숙함에 돌아버린 승무원은 그럼에도 마음을 가다듬고 오늘은 꼭 나가야지라며 몇몇 승무원 친구들을 따라 나가려고한다. 미국은 혼자다니기에는 아직 너무 내겐 무섭기때문이다. :) 저번에 갔던 베이글이 너무 맛있어서 베이글도 먹으러가고, 공원에도 가고 사람들이 많은 곳은 최대한 피해서 다니려고한다. 

 세상에는 아직 경험할 것들이 많은데....이러한 익숙함과 시차도 시간이 지나면 곧 그 시절의 이야기라며 그리워질 추억이라는 걸 잘 아는 나이기에 최대한 시차와 익숙함을 이겨내려고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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