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무더운 태국 날씨가 지속되고 있다. 태국의 4월은 굉장히 더운 계절로 미세 먼지와 더불어 혹서기가 시작되는 시기이다. 태국 어느 도시나 마찬가지로 모든 식당에는 개나 고양이 한 마리씩은 꼭 있다. 푸켓도 역시나 개님들이 สบายสบาย 사바이 사바이 | 편안하다자리 한편을 차지하고 있었다.
불교의 나라다 보니 동물들의 현생이 과거의 업보로부터 나온 것이라는 "윤회설" (인간이 죽어도 그 업(業)에 따라 육도(六道)의 세상에서 생사를 거듭한다는 불교교리)을 믿는 사람들이 많아 동물들에게 해를 가하지 않는다.
오늘 내가 소개할 푸켓의 식당은 태국 푸켓 공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아는 사람만 알고 있는 식당이다.
실내? 에어컨? 시설? 그런 건 없다. 더운 나라에 와서 이 정도는 감수해야 또 더 나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이곳은 말 그대로 현지인들만 오는 식당으로 소개해준 태국 친구가 ร้านอาหารคนขับ 란아한 콘캅 | 기사식당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푸켓 공항 업무를 끝내고 자주 들리는 곳이라고 한다. 공항으로 가는 도로인 텝 끄라사트리 로드에 위치해 있으며 큰 도로에 있어서 찾기가 용이하다.
식당의 이름은 ครัวนคร สาขา2 크루아 나콘 사카 썽 | 나콘 주방 2호점으로 가족들이 운영하는 식당이다.
1호 점도 주변에 있으며, 메뉴와 맛은 서로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 나중에 1호 점도 리뷰를 하겠지만 2호점 음식도 맛있고 1호 점도 나름의 맛이 존재하고 있었다.
주 메뉴는 ข้าวราดแกง 카오랏깽 | 덮밥이다. 카오깽 이라고도 부르는 태국의 전통 음식으로 커리와 반찬을 곁들여서 먹는 방식을 말하며, 태국의 대부분 사람들이 즐겨 찾는 음식을 뜻한다. 반찬은 매일 달라지며, 그날 재료에 따라 조리가 되며, 새벽부터 (약 새벽 2시~3시) 오픈 준비를 하며 05:30분부터 식사를 제공한다.
가격은 푸켓 사람들도 저렴하다고 표현할 정도로 좋은 편에 속한다. 반찬에 따라서 가격은 다르지만 반찬 2~3개에 밥을 포함하여 50-60바트 선이면 먹을 수 있으며, 생선류는 가격이 50-60바트 마리당 책정되어 있다.
매장 이름의 나콘은 나콘시탐마랏(수라타니, 크라비와 닿아있는 태국만 도시)을 줄인 말로 남부의 강렬한 맛이 특징인 식당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태국음식은 남부 음식이 더 잘 맞는 편으로, 대부분의 남부는 매운 음식이 많다. 맵찔이들은 반찬을 잘 보시고 주문을 해야 한다. 남부 음식은 커리가 정말 맵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1시 반쯤 갔는데 맛있는 메뉴들은 이미 거의 판매가 완료 된 상태였다.
이유는 오후 2시 30분에 영업을 마감하다 보니 모든 메뉴가 1시 전후로 모두 판매가 완료 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점심은 11시~12시 사이 방문을 추천한다. 태국 남부 음식답게 커리 종류가 굉장히 많고,생선 구이와 생선 튀김 등 해산물을 사용한 반찬을 판매하고 있다.
크루아 나콘 2호점의 사장님. 시크하다. 엄청 시크하다. 주문하거나 음식을 물어보면 대답을 잘 안 해준다.
사장님이 나한테 기분이 나쁜 게 있나? 싶을 정도로 묵묵히 식당일만 하고 있으며, 과묵한 타입이다. 음식을 주문할 때 태국어가 안되면 손가락으로 반찬을 집으면 빠르게 음식을 담아서 내준다.
식당 내부는 다른 태국 식당과 다를 것이 없었다. 거의 끝나가는 시간인데도 고객들이 듬성듬성 식사를 즐기고 있었고, 기본적으로 물과 얼음은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제공된 물은 정수된 현지인들이 공장에서 식수로 사다 먹는 물이니 물갈이나 배앓이에 전적이 있는 사람은 일반 페트병 생수를 먹기를 추천한다. 푸켓은 중국인 영향을 많이 받은 도시인지라 일부 식당에서는 차를 무료로 제공하는 곳도 많은 편이다.
주문한 카오랏깽 음식이다. 태국 북부에서는 보기 힘든 멸치 같은 튀긴 생선을 골랐다. 커리는 뼈가 붙어 있는 닭 부위로 상당히 맵고 자극적이었다. 생선은 태국인인 제 와이프도 처음 먹는것이라고 하여 직원에게 물어보니 버마(미얀마)에서 잡아온 생선으로 푸켓 내에서는 자기네 식당 외에는 판매하는 곳이 없다고 한다. 멸치를 바삭하게 튀긴 맛으로 굉장히 고소하고 담백하여 커리에 같이 먹기 좋았다.
크루아 나콘 식당이 유명한 이유가 바로 무료로 제공하는 น้ำจิ้ม 남찜 | 소스 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통 태국 남부 식당에서는 생채소와 함께 흰색 종지에 담긴 น้ำพริก 남프릭 | 고추소스 가 나온다. 남프릭은 매운 고추에 마늘, 양파, 라임, 피시소스 등을 넣어서 만든 소스이며, 새콤/달콤/매콤한 맛이 특징인 남부식 소스를 말한다. 하지만 이곳에서 처음 보는 소스가 있었다. น้ําพริกแมลงดา 남프릭맹다 | 물장군 고추소스 로 불리고 있는 태국의 지역 소스이다.
물장군이라.. 곤충이다 보니 좀 꺼림칙하긴 하지만, 뭐 한국 사람들도 메뚜기 튀김, 번데기 전부 먹을 수 있지 않나? 태국에 11년째 살면서 개미알, 여왕개미, 번데기, 대나무애벌레, 누에벌레 튀김 등 어지간한 건 다 먹어봤으니 지금은 그다지 감응 없이 주는 데로 잘 먹는 편이다. 참고로 나는 요식업도 운영하고 있지만 비위가 굉장히 약한 편으로 태국 정착 2년 동안 제대로 태국 음식을 먹지 못한 역사가 있었다.
남프릭맹다 맛으로 다시 돌아오자면, 맛은 굉장히 희한하고 오묘한 맛이었다. 깻잎에서 나오는 박하향 비슷한 향이 나오면서 고추의 알싸하고 매운맛이 확 들어오는 맛으로, 일단 궁금한 사람들은 트라이 해보길 바란다. 정말 태국에서도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다.
결혼한 지 이제 8년이 되어 가는데 매일 붙어살아서 그런지 음식점에 가면 주문하는 것도 서로 비슷해졌다. 입맛이 서로 닮아가는지 꼭 내가 시키면 와이프도 비슷한 음식을 주문한다. 와이프도 한 입맛 까탈스럽기로 유명한데(참고로 내 와이프는 하루 지난 음식은 절대 먹지 않는 편이다) 자기 말로는 내가 태국 맛있는 음식을 잘 찾아낸다고 한다. 하긴 먹는 거에 진심이다 보니..
생배추에 남프릭을 찍어서 먹어본다. 산뜻한 라임향으로 리프레시 되면서 얼얼하게 매운맛이 커리와 함께 먹으면 궁합이 아주 좋다. 솔직히 말하자면 북부 치앙마이 음식보다 남부 음식이 더 맛있고 내 입맛 기준에 질리지 않는 거 같다. 음식이 입맛에 잘 맞다 보니 푸켓에서 사는 게 어렵지가 않게 되었다. 예전 같으면 한식 없으면 입맛도 안 돌고 태국 장기 거주에 꽤나 고충을 겪을 만도 하지만, 현재는 이렇게 로컬 음식을 먹으면 어느새 힐링이 되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결국 모든 여행은 현지화 적응에 필요한 '시간이 답'이다.
ปลาทอด 쁠라텃 | 생선 튀김 을 커리에 얹어서 먹어본다. 정말 맛있다. 한국의 커리맛을 상상하면 안 된다.
강황, 후추가 듬뿍 들어간 강렬한 맛의 태국식 커리로 우리가 먹는 순한 맛 카레와는 전혀 다른 음식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태국 푸켓에는 이렇게 저렴하고 맛있는 숨겨진 보석 같은 식당이 많이 있다. 물론 시가지에는 비싼 커리집도 많지만 일반 현지인들 생활 수준에는 코스트가 좀 높은 편이다 보니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이용을 하는 편이다. 신기하게도 시내 유명한 비싼 식당에는 한국인, 중국인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크루아 나콘 식당은 밥양도 많고 반찬도 넉넉하게 내어준다. 무뚝뚝해 보이는 사장님이지만 음식에 대한 태도를 보면 진심인 사람임은 틀림이 없다.
2시 가까이 되어가니 슬슬 마감 준비를 한다. 아침과 점심 장사만 하고 영업을 끝내는 게 카오랏깽 스타일이다. 그래야 새벽 2시~3시부터 부지런히 그날 판매할 음식을 준비할 수 있으니깐 시간 활용을 나름대로의 플랜에 맞춰서 운영을 하고 있다. 푸켓 여행에서만 누릴 수 있는 저렴하고 맛있는 현지인 식당 찾는 재미가 꽤나 쏠쏠하다. 오늘은 또 무엇을 먹을까? 푸켓의 숨겨진 식당 찾기는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