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드릭 베크만(2015), <오베라는 남자>, 다산책방.
프레드릭 베크만의 <오베라는 남자>를 읽은 건 2015년, 그러니까 벌써 9년 전이다.
세상만사 시니컬해지고 싶었던 오늘은 왠지 오베가 생각나 2015년 다이어리를 꺼내 뒤적여본다.
나는 책을 읽으며 마음에 들었던 구절을 다이어리에 갈무리해두곤 했는데,
당시 나의 감상을 이렇다.
1.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일을 떠벌이는 사람들이 아니다." 아버지가 대답했다.(67쪽)
2. 누군가를 잃게 되면 정말 별난 것들이 그리워진다. 아주 사소한 것들이. 미소, 잘 때 돌아눕는 방식, 심지어는 방을 새로 칠하는 것까지도.(83쪽)
3. 그녀는 종종 "모든 길은 원래 당신이 하기로 예정된 일로 통하게 돼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녀에게 그 '원래 당신이 하기로 예정된 것'은 아마도 '무엇'이었으리라. 하지만 오베에게 그건 '누군가'였다.(114쪽)
5. 40년 가까이 함께 살면서, 소냐는 읽기와 쓰기를 배우는 데 어려움을 겪는 수백 명의 학생들을 가르쳤고, 그들에게 셰익스피어 전집을 읽혔다. 같은 기간 동안 그녀는 오베가 셰익스피어 희곡을 한 편이라도 읽도록 하는 데 결코 성공하지 못 했다. 하지만 그들이 주택 단지로 이사하자마자 그는 몇 주 동안 내내 저녁마다 헛간에서 시간을 보냈다. 마침내 그가 작업을 마쳤을 때, 그녀가 본 것 중 가장 아름다운 책장들이 거실에 놓였다. "책들은 어디에 보관은 해야 하잖아."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드라이버 끝으로 엄지 손가락에 난 작은 상처를 콕콕 찔렀다. 그녀는 그의 품에 파고들며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208쪽)
"2015년 최고의 책이 될 것 같다. 단숨에 읽은 것도, 펑펑 운 것도 참 오랜만이다. 이 작가 책 나오면 냉큼 읽어봐야지!! :) 그리고 정말이지 오베같은 남자 만나야지❤️ 2015.07.09.목."
다이어리를 쓸 때 좋은 점 중 하나는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볼 수 있단 것이다.
그 때 마음에 들었던 글귀가 지금도 마음에 드는지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고,
그 당시 내가 하던 생각과 고민, 그리고 소망들을 들여다 보는 것도 재미있다.
그러다가 내가 꾸었는지도 몰랐던 꿈들이 슬며시 완성되어 있단 사실을 문득 깨닫는 날,
걷잡을 수 없는 행복을 느끼게 된다.
2024년 현재의 나는.
프레드릭 베크만의 신간이 나오는 족족 사보고 있으며,
방과 거실을 내 서재로 내어준 남편과 함께 살고 있다.
오늘은 행복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