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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수학쌤 Jul 10. 2023

과속방지턱

나에게는 두 명의 아이가 있다.

믿음직하지만 무뚝뚝한 딸 아이와 손은 많이 가지만 애교 많고 다정한 아들 녀석.

작년에 딸아이에게 사춘기가 오더니 이번엔 아들 녀석의 차례인가보다. 누구보다 따뜻하고 말랑했던 아들의 변화는 첫 째의 사춘기와는 그 상실감이 급이 다르다.

낯설게 닫혀있는 아들의 방문이 쓸쓸하고도 아득히멀게 느껴진다.      

요리나 집안일에는 영 소질이 없는 부족한 엄마지만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에는 자신이 있었다. 나이를 먹어도 철딱서니 없는 성격탓에 아이들과 친구처럼 잘 놀았다. 늦게까지 영화보고, 만화책 보고, 게임하고, 실없는 농담에 한참을 낄낄 거리고, 그런 우리를 보고 남편은 “서이 자알 논다. 너거 엄마가 제일 신났네. 고마 이제 자라” 라며 핀잔을 주곤 했다. 주말에도 남편을 회사에 양보하고 활동적인 것을 좋아하는 아들이랑 탁구, 볼링, 축구, 캐치볼 등 마구잡이로 나가 놀았다. 운동장에 나가보면 아들과 같이 축구하는 엄마는 나밖에 없었다. 야구시즌이 시작되면 직관가서 응원하느라 녹초가 되어 돌아오고, 아이들이 여행을 가고 싶어하면 바쁜 아빠를 빼고서라도 산으로 바다로 캠핑을 다녔다.

그렇게 우리는 신나게놀았고 참 즐거웠다.

사춘기라는 변수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졸졸 따라다니며 하루일과를 조잘거리던 아들녀석이 이제는 인사만 하고 제 방으로 쏙 들어가 버린다.      


아이들에게 정말 좋은 엄마이고 싶었다.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며, 같이 있을 때가 가장 편안하고 즐거운, 누구보다 친밀한 존재가 되고 싶었다. 엄마로서 책임감에 억지로 놀아주려고 한게 아니라 나는 진심으로 아이들과 노는게 좋았다. 나를 보며 개구진 표정을 짓는 얼굴이,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좋았다. ’지금까지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만들었으니 그걸로 된 것이다‘ 싶다가도 사춘기가 되어 내 품을 벗어나려는 아이들을 보니 밀려오는 서운함이 쓰나미 같다. 이렇게 커가는 거겠지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먼가 억울한 기분이다. ‘내가 이만큼 잘해 주었으니 내 아이들은 다르겠지. 나는 다른 엄마들과 다를거야.’ 이리도 치사하고 얄팍한 생각이 드니 첫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아이들이 밉다. 참 못난 애미다.      


이미 아이들은 나에게 살면서 다시 없을 만큼의 충분한 사랑을 주었으니 미련하게도 많이 남아버린 엄마의사랑은 다른형태로 리사이클링 해야한다. 이제 막 만들어가기 시작한 내 아이들의 우주를 오염시킬 수는 없으니 말이다.      


속력은 시간분의 거리다.

함께 보내는 시간은 줄어들고 우리사이 거리가 자꾸 멀어지는 요즘, 너와 내가 분리되는 속력이 너무 빠르다. 너의 성장에 브레이크를 밟을 수는 없으니 급하게 멀어지려는 녀석에게 과속방지턱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네가 잠시 속력을 줄이고 나를 돌아보는 순간에 짧게나마 다정했던 우리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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