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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수학쌤 Jul 09. 2024

달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한 짧은 단상

ㄷ ㅏ

  ㄹ


해는 가까이하기엔 좀 부담스럽고, 별은 곁을 주지 않는 새침데기 같다.

너무 뜨겁지도, 너무 반짝이지도 않는 은은한 달빛이 마음에 든다.

하늘에 군림한 해에게 감히 눈 맞춤을 시도했다가는 바로 시신경이 죽방을 얻어맞고 시야에 멍이 든다.

하지만 달은 다르다.

희지도, 노랗지도 않은 적당히 따뜻한 색감의 달을 한참 보고 있으면 토끼도 나오고 할머니도 만나고 어느 미국인의 발자국도 보이는 듯하다.

캠퍼들의 불멍, 물멍이 부럽지 않은 달멍이다.


어릴 적에는 밤하늘에 화려하게 반짝이는 별이 너무 신비로웠다. 특히 화려한 토성과 달 아래 귀엽게 반짝 이는 금성을 좋아했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별이 너무 아득히 멀리 있다는 것이, 지금 내 눈에 반짝이는 저 별빛이 이미 생명을 다한 별의 빛일 수도 있다는 게 쓸쓸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요즘은 내 나라도 니 나라 도 쏘아대는 가짜 별 때문에 “우와. 별 이쁘다.” 하다가도 과연 진짜 별인가? 의심이 들어 인공위성 감별사 노릇을 하느라 별빛을 온전히 감상하지 못한다.


하지만 달은 짝퉁이 없는 온리원, 오리지날, 원조할매다. 심지어 트랜스폼도 가능해 질리는 맛이 없다.


나는 해에게도 달에게도 소원을 빈다.

해에게는 새해의 첫 일출을 보며 일 년에 딱 한 번 굵직하게 소원을 빌고, 달에게는 수시로 소원을 빈다. 아니, 달에게는 소원을 말한다고 하는 게 맞겠다. 지극히 소소하고 때로는 부질없고 가끔은 간절한 소원을 달 에게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한다. 달이 나의 소원을 이루어 줄것이라 생각해서가 아니다. 그냥 달에게 하소연하고, 달의 의견을 묻고, 달과 함께 고민한다.

해결책은 찾아도 그만 못 찾아도 그만이다.


덤덤하게 듣고 있는 줄 만 알았던 달의 진심이 강물에 비친다.

그동안 나의 소원들을 단 하나도 허투루 듣지 않고 언젠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주렁주렁 달고 있는 달의 모습이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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