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공기가 차가웠다.
지하철 안은 늘 붐볐다.
그녀는 거의 매일 같은 칸, 같은 시간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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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인사를 나눈 적은 없었지만
시선이 스치면 짧게 미소를 주고받았다.
그게 습관처럼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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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출구를 나서며 고개를 들었는데
그녀가 내 옆에 있었다.
우연이라기엔 너무 자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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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앞에서
잠시 같은 줄에 섰다.
조용히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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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몇 층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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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층이요.”
“아, 그러시구나.”
그녀가 웃었다.
그 웃음이 하루의 시작을 조금 바꿔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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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우리는 계속 같은 시간에 마주쳤다.
비 오는 날도, 지각할 뻔한 날도,
항상 비슷한 거리에서 걷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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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서로의 존재가 익숙해졌다.
인사도 자연스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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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좀 늦으셨네요. 그래도 마주치는 게 신기하네요 같은 건물인 것도 신기한데”
“그러게요, 이런 우연이 다 있네요, 늦잠을 자서요.”
“그러셨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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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말투는 늘 부드러웠다.
별 대화도 아닌데
이상하게 근무시간 내내 머릿속에 오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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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퇴근길에도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주쳤다.
서로 동시에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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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늦게 가시네요.”
“네. 일 끝이 좀 밀려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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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머리카락을 묶으며 말했다.
“저도 이제야 퇴근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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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안은 조용했다.
층 표시등이 내려가는 걸 둘 다 바라봤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지만,
그 침묵이 나쁘지만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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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에서 문이 열렸다.
밖은 생각보다 어두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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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망설이다가
나는 조심스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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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저녁 같이 드실래요?”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눈이 잠시 커졌다가,
천천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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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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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한마디로
퇴근길의 공기가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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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오자
바람이 부드럽게 불었다.
불빛이 사람들 사이로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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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하루도 지친 날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하루가 처음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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