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쯤, 갑자기 배우가 되겠다던 친구가 있었다.
평범한 외모에 평균 정도의 키. 게다가 시작까지 늦었으니 어느 하나 될성부른 점을 찾기 어려웠다. 솔직히 청춘의 치기로 그러다 말겠지 생각했다.
얼마 전 SNS에서 우연히 그를 보았다. 아직도 연기를 하고 있었다. 인기 배우는 아니지만 행복해 보였다. 유명세와 상관없이 그 일을 하고 있다는 자체가 만족스러운 것 같다.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지 스타가 되고 싶다고 한 것이 아닌데, 녀석의 행복을 인기로 기준지었던 내가 부끄러웠다. 그리고 이렇게 오래도록, 어쩌면 평생을 사랑할지 모를 일을 찾아 분투하는 그가 존경스러웠다.
어렵지 않게 연락이 닿아 몇 마디를 나눴다.
글을 쓴다는 내 얘기에 흠칫 놀란 녀석에게 책을 보내주기로 했다. 대단하다고 치켜세워 주기에 아직 너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고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