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퍼펙트 데이즈’
당신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요?
이런 서술형 시험에 도쿄에서 공공 화장실 청소를 하며 살아가는 중년의 남자 히라야마가 써 내려간 답안을 읽어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인생이란 결국 이 질문에 각자 자신만의 답을 채워 나가는 여정 아닐까. 컨닝도 소용없는 진정한 시험. 채점자도 자기 자신인데 많은 이들이 그 사실을 모른 채 바깥을 서성이는.
영화의 마지막 히라야마의 얼굴에 웃음 같기도 한 울음이, 울음 같기도 한 웃음이 번진다.
마치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일렁이는 햇살 ‘코모레비’처럼.
뜨거운 국물을 마시며 시원함을 느끼고
쓰디쓴 술을 마시면 달콤함을 맛보기도 하고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인생은
때론 가까이서 보면 희극 멀리서 보면 비극이기도 하다.
끝과 시작이 낮과 밤이 경사와 불행이 선과 악이 봄과 겨울이 사랑과 미움이 서로를 끌어안고 흐릿한 경계로 이어진 삶이라는 여정에
파란 새벽 그를 잠에서 깨우는 사각사각 할머니의 비질 소리
아끼는 식물에 물을 주며 하루를 시작하는 일
출근길 늘 마시는 캔커피 한잔과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일
자신의 일에 성실하게 최선을 다할 때 찾아오는 보람감
공원 벤치에 앉아 나무를 바라보고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는 일
단골 가게에 들러 술 한잔과 맛있는 음식으로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는 일(그곳 사장님들은 늘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다정한 말로 음식을 내준다)
그리고 시곗바늘처럼 오가는 목욕탕과 세탁방, 작은 책방까지 자신만의 편안하고 즐거운 리듬 속에 행복은 코모레비처럼 조용히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