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ONI NASTRO AZZURRO
이십 대 유럽 여행 중 영국과 프랑스를 거쳐 이태리 피렌체에 도착해 마을버스 같은 작은 버스에 앉아 기묘한 기분을 느낀 기억이 있다.
앞자리에 앉은 아주머니들의 뒷모습도 지금 막 버스에 올라타 요금을 지불하는 중년 여성도 어딘가 한국 아줌마들처럼 보여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한국과 이탈리아는 멀고 먼 나란데 어떻게 이렇게 비슷하게 생긴 거지 신기했다.
처음 보는 이탈리아 맥주라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집어온 페로니. 패키지 디자인도 단순하지만 세련됨이 이탈리아 답다. 궁금한 마음으로 한 모금 들이킨 순간, 오래전 피렌체 버스 안에서 느낀 기시감이 불현듯 떠올랐다.
카스와 같은 한국의 대중적인 페일 라거와 첫인상이 굉장히 흡사했다. 그러나 부드러운 첫맛도 잠시, 뒤따라오는 톡 쏘는 탄산감과 씁쓸한 맛이 한국 맥주보다 훨씬 강했다. 알코올 도수도 5%로 비교적 높다. 전반적으로 구수하고 청량감 높은 씁쓸한 맥주다. 빈속에 안주 없이 마셨더니 마지막 한두 잔은 밀크 초콜릿을 꺼내어 들만큼 꽤 씁쓸했다.
한국 사람을 좀 더 진하고 느끼하게 만든다면 이탈리아인이 되고 한국의 맥주를 좀 더 강력하게 만들면 마치 페로니 같은 이태리 맥주가 될 거 같았다. 여러모로 이탈리아는 유럽 속 한국 같은 친근감이 드는 나라다.
페로니는 1846년 이탈리아 북부 비제노바에서 설립된 오랜 역사를 지닌 양조장으로 현재는 일본 아사히 맥주가 소유한 브랜드다.
’나스트라즈로(Nastro Azzurro)‘는 이탈리아어로 블루 리본을 뜻한다. 1933년 이탈리아의 ’대서양 횡단 대회‘에서 우승한 배에게 수여된 블루 리본 트로피에서 영감을 얻어 출시한 맥주다.
페로니를 마시며 이태리 맥주를 조사해 보니 메나브레아라는 맥주가 궁금했다. 월드 챔피언쉽에서 여러 차례 우승한 맥주로 달달한 맛이 먼저 감돌고 레몬과 꿀맛이 은은하게 느껴진다는 설명을 읽으니 마시고 싶어졌다. 아쉽게도 한국에서 아직 구하기 쉽지 않은 듯하다.
힘든 노동 뒤 또는 기쁜 일을 축하하기 위해 맥주를 마셔요. ATLAS OF BE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