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 아일랜드 IPA
어디 보자, 토요일 저녁에 아가들 단체 수업이 있고 일요일은 하루 종일 출강이니 맥주 마시기 좋은 길일이로구나 얼씨구.
그렇게 일찌감치 날을 받아놓고? 경건한 마음으로 일에 매진했다.
신세계 직원분의 추천에 따라 늘 지하 주차장 입구로 다니다 지난번 가벼운 사고가 난 것도 신경 쓰이고 매번 택시 기사분께 요청하기도 부담스러워 이번엔 지상 출입구를 찾아 들어가기로 했다.
오픈 전에는 출구가 제한 적으로 열려 있어 9층에 가려면 엘리베이터를 환승해야 했었는데(몰랐던 사실) 다행스럽게도 엘리베이터에 같이 탄 직원분이 10층으로 간다며 짐이 많은 나를 위해 센스 있게 엘리베이터 버튼도 대신 눌러주고 친절하게 길을 안내해 주셔서 미로 같은 타임스퀘어를 헤매지 않아도 됐다.
헤어지며 어머, 오늘 저의 귀인이세요. 안 만났으면 한참 헤맬 뻔했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하고 서로 활짝 웃으며 헤어졌다.
한 가지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본 기억이 있다. 개인의 행복에 가족, 연인, 친구와 같은 친밀한 인간관계보다 길이나 상점, 교통수단 등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서로에게 적당히 친절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배려하는 문화가 퍼져갔으면. 우리 모두의 정신 건강을 위해.
이번에 열일 후 마시려고 점찍어 둔 맥주는 패키지가 귀여운 구스 아일랜드 IPA. IPA는 India Pale Ale의 약자로 그 탄생스토리가 꽤나 흥미롭다.
1600년대 영국과 인도 사이에 물품을 배송하던 동인도회사에서 인도에 거주하는 영국인을 위한 맥주를 주로 운반했으며, 길게는 6개월 정도 걸리는 긴 항해 기간 동안 선원들이 마실 맥주도 배에 함께 실었다.
그러나 맥주가 상하는 일이 잦았는데, 홉을 사용한 맥주는 변질이 적었다. 그래서 양조사들은 홉의 방부 효과를 알게 되었고 더 많은 홉을 넣고 알코올 도수도 높여 맥주를 만들었다. 이러한 맥주가 큰 인기를 모으며 인디아 페일 에일 스타일의 맥주로 자리 잡았다.
1970년대 미국 크래프트 양조사들이 강렬한 맛의 IPA 스타일의 맥주를 부활시켜 대중적인 관심을 이끌어냈다.
구스 아일랜드도 1988년 미국 시카고에서 시작된 미국 1세대 크래프트 맥주 브랜드로 창업자는 존 홀(John Hall)이다.
맛은 꽤나 씁쓸해 시트러스향은 잘 드러나지 않았고 둔탁하고 어딘가 맛의 빈 곳이 느껴져 개인적으로 조화스러운 맛은 아니라 아쉬웠다. 소맥 좋아하는 사람들은 좋아할지도?! 맥주만 마시기보다 음식이랑 먹으니 훨씬 맛있게 느껴지는 맥주였다. 대부분의 음식과 두루 잘 어울릴 맛!
요즘 나의 맥주 공부 바이블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ATLAS OF BEER>다. 일종의 수학의 정석, 성문 영어 같은 것이랄까. 궁금한 것이 생길 때마다 열심히 펼쳐보고 있다. 학창 시절 공부를 이래 즐겁게 했으면 서울대도 하바드도 갔을 텐데ㅎㅎ
다음엔 어떤 맥주를 마셔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