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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의 인생을 바꿔 줄

[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열린책들 ]

[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열린책들 ]


삶의 이유가 필요한 당신에게.


 살면서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어떤 '순간'이 있다. 누군가 내 뒤통수를 있는 힘껏 때린 듯한 충격. 그 순간 세상은 갑자기 빙글빙글 돌기 시작하고, 어떤 울렁거림이 목구멍까지 넘쳐흐른다. 

 거울 속에서의 내 모습이 낯설고, 모든 것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는 그 계기는 어떤 하나의 사건으로 인해 일어난다. 일종의 각성이라고 할까. 그리고 몇 없기에 더욱 소중한 그 순간을 내게 안겨준 한 권의 사건이 나에겐 바로 이 책, [ 그리스인 조르바 ]였다.


 [ 그리스인 조르바 ]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두 남자의 만남에 관한 이야기, 그게 전부다. 하지만 이 짧은 이야기에서 우리는 '자유'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게 된다.

 주인공 '나'는 탄광 사업을 하려는 사업가로, 크레타 섬으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해 항구 카페에 앉아있었다. 절친한 친구와 헤어져 홀로 떠나는 여정이기에 외롭고 불안했던 나는, 갑자기 자신을 고용하라는 늙은 남자를 만난다. 


 그는 그를 왜 고용해야만 하냐는 질문에 '자신은 수프를 잘 끓인다.'라는 해괴망측한 대답을 내놓고, 이 남자에게 설명할 수 없는 끌림을 느낀 나는 그와 같이 섬으로 떠나기로 결정한다. 이것이 나와 '조르바'의 첫 만남이었다.

 조르바를 정의하기만큼 힘든 일은 없다. 그 스스로도 자신이 언제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하지 못한다. 그저 느끼는 대로, 끌리는 대로 떠날 뿐이다. 


 그는 나와 같이 탄광을 파며 자신의 지난 이야기를 들려준다. 터키와 그리스의 전쟁에 참여했고, 전 세계를 떠돌아다녔으며 산투르라는 악기를 잘 다룬다. 결혼은 (비공식적이지만) 최소 몇천 번은 했을 것이며, 사람을 죽여본 적도 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삶에 대해 어떠한 '후회'도 느끼지 않는다. 그 모든 것은 자신의 선택에 의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한때 도자기를 빚다 새끼손가락이 걸리적거린다는 이유만으로 단칼에 잘라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그에게 삶이란 어디까지나 스스로에 의해서만 통제되어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조르바와 정반대의 인생을 살아왔다. 평생 동안 꾸준히 한 것이라고는 책에 빠진 것뿐이었으며 남들 같은 가족도, 연인도 없다. 세상을 가슴이 아닌 머리로만 살아왔고, 부족한 것이 없으니 욕심도 나지 않는다. 이런 나의 삶을 조르바는 거침없이, 또 구수한 욕설로 비난한다. 

 그는 성욕을 참고, 식욕을 참는 나에게 아무 의미 없는 '자학'을 그만두라고 말한다. 책 밖에는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는 느끼지 못하는 것들이 넘쳐나고, 때로는 말과 글이 아니라 격렬한 춤 한 번으로 모든 것을 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나는 이러한 조르바와 함께 지내며 삶이란, 자유란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다. 때로는 그와 함께 뛰고, 진탕 취하고, 여자를 품에 안으며 '나'는 아무것도 가지지 않을 때 비로소 모든 것을 가지게 된다는 진리를 깨닫는다. 그리고 조르바야말로 세상의 어떤 뛰어난 학자보다 위대한 '초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조르바를 한 인간으로서 사랑하게 될수록, 슬프게도 탄광 사업은 마무리되어간다. '나'는 조르바와 언제까지나 함께일 수 있을까?


 작가인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와 견주어질 정도로 위대한 현대 작가다. 그의 책은 노벨상 후보에 9번이나 지명될 정도로 작품성 자체도 뛰어나지만, 그가 겪은 파란만장한 인생 역시 만만치 않다. 

 그는 터키와의 전쟁에 참여하고, 신성모독으로 고향인 그리스에 입국 금지를 당하기도 했으며, 공산주의자였다. 이런 그가 세계를 방황하다 만난 실제 인물인 조르바를 모델로 한 소설 [ 그리스인 조르바 ]는 전 세계 사람들에게 자유와 삶의 가치에 대해 깨닫게끔 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자유란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것이며, 오로지 지금 내 눈앞의 일에 '전심전력'을 다하는 것이라 말한다. 또한 선악의 구분도 자유란 절대적 가치 앞에선 무의미하기에, 망설이지 말고 당장 도전하라 외친다. 

 현실에 얽매여 자신을 억누르는 것이 습관이 돼버린 요즘, 나에게 조르바의 털털한 웃음소리는 책을 덮은 후에도 오래도록 잊히지 않았다.


 이 작품의 또 다른 위대함은 작가의 뛰어난 표현력에 있다. 물론 품고 있는 의미 역시 깊고 엄청나지만, 이 책을 읽는 이들은 독서 내내 크레타의 강렬한 햇빛과, 습한 바닷바람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표현이 수려하다. 

 특히 주인공인 '나'의 삶에 대한 고뇌를 크레타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자연과 대비시켜 나타내는 장면엔, 우리의 삶도 언젠가 자연과 같이 아름다워질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게 만들었다. 한 편의 장편 시와도 같은 이 소설은 읽는 이의 가슴을 끊임없이 벅차오르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명작이 명작인 데에는 이유가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도, 자연도 모든 것이 변한다. 하지만 명작이 품고 있는 가치는 결코 변하지 않기 때문에 명작인 것이다.

  [ 그리스인 조르바 ]는 우리가 인간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을 하든 하지 않든, 후회를 남기지 않는 것'임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이것이 당신이 누려 마땅한 권리인 '자유'의 맨얼굴임을 가르친다.


 사는 게 너무나 고통스럽고 내 삶이 다른 것들에 의해 휘둘린다고 느껴질 때, 조르바와 함께 작렬하는 크레타의 바닷가로 떠나보시길. 조르바와 '나'의 이 대화는 당신이 그 결정을 내리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럼 인간이란 뭐죠, 조르바?"


 "자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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