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즉흥적인 결정이었다. 그리고 그 결정이 내가 늪으로 빠질 때마다 나를 건져주는 동아줄이 되었다. 매일 다짐한다. 다시는 안 하겠노라고. 이걸 다시 할 수는 없다고. 두 명의 15살 반려견의 언제 올지 모를, 하지만 분명 가깝게 다가오는 그날을 매일 준비하는 나 자신을 위해 쓰는 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따뜻해지고 콧등이 시큰해진다. 별생각 없이 데려온 오백그램의 솜사탕 같던 아이들은 벌써 열다섯이 되었다. 귀가 안 들리고 모든 행동이 느려지고 보송보송하던 하얀 얼굴은 콧물, 눈물범벅 갈색으로 물들어 간다. 나는 그다지 좋은 보호자가 아니었음을 아이들이 노견이 되고서야 깨달았다. 매일 나 자신에게 묻는다. 아이들이 가고 나면 어떻게 할 것인지, 어떻게 살 것인지.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지만 난 아이들에게 더 좋은 보호자가 되고 싶다.
마주 하고 싶지 않은 그날을 매일매일 준비하는 반려인의 일기이자 소중한 내 아기 강아지들에게 보내는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