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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llee Apr 12. 2023

공기마저 그리운 아이슬란드

아이슬라드 여행기 1


"내가 아이슬란드를 그리워할지 몰랐어"


  오늘 아침 아내가 밖을 보면서 한탄하 듯 이야기했다. 밖을 보니 주변 산들이 뿌연 공기 사이로 희미하게 보였다. 오늘 황사 경보가 있어 밖 풍경은 예상했지만 이렇게 까지 심할 줄은 몰랐다. 며칠 전 아이슬란드를 짧게 다녀왔는데, 다시 아이슬란드는 못 갈 것 같다고 느낄 만큼 힘들었던 여행이었지만 오늘 만큼은 아이슬란드의 맑은 공기와 시원한 물이 그리웠다.

  퇴사 후 여행하고 싶은 나라를 적을 때에는 아이슬란드가 있었다. 그렇지만 아이슬란드 여행 비용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아 계속 후순위로 밀려 거의 포기할 때쯤이었다. 내가 일찍 자던 날 밤에 홈쇼핑에서 아이슬란드 여행상품을 판매했었나 보다. 상품 소개가 꽤 괜찮았는지 아내가 생활비를 줄이고 비상금까지 털어서 가자고 제안해 준 덕분에 꿈에 그리던 아이슬란드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아내가 아이슬란드를 가자고 한 가장 이유는 오로라였다. 나도 물론 아이슬란드를 가는 이유 중 오로라를 빼놓을 수는 없었겠지만 그보다도 아이슬란드라는 곳을 직접 느끼고 싶었다. 나에게 아이슬란드는 하나의 영화로 각인되어 있었다. '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 한국에서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라는 이름으로 개봉되었다. 영화에서 등장한 아이슬란드는 한마디로 걸림이 없는 풍경이었다. 시원했다. 영화에서 보여준 길은 막힘 없이 무한히 질주할 수 있어 마치 주인공인 월터의 앞길을 상징하는 듯했다. 나도 그런 월터가 되고 싶었다. 그렇게 아이슬란드는 나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그 이후 아이슬란드에서 촬영한 인터스텔라를 보면서 마치 지구가 아닌 그곳은 아이슬란드를 향한 동경에 상상력이란 에너지까지 충전시켜 주었다.

  봄바람이 불어 날씨가 따뜻해질 때 우리는 아이슬란드행 비행기를 탔다. 한국에서는 직항이 없기에 핀란드를 경우 했는데 경유할 때 눈 쌓인 활주로를 보면서 아이슬란드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추운 지역에 왔다는 걸 실감했다. 아이슬란드에 내려서 밖으로 나가면 온천지에 눈이 있을 줄 알았지만 오히려 따뜻한 볕이 맞이해 줘 놀랐다. 시내로 들어가는 길에 쌓인 눈이 보이긴 했지만 오히려 눈보다는 곳곳에 피어오르는 증기가 더 시선이 갔다. 불의 나라라고 하더니 곳곳에서 지열발전소에서 뿜어져 나오는 증기를 볼 수 있었다. 도착 하자마다 바로 투어를 시작했다. 약 17시간의 비행시간을 경험하고 아이슬란드에 도착했지만 실제로 우리가 여행하는 일자는 5일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아이슬란드 상품을 선택할 때 겨울에는 통제된 길이 많아서 아이슬란드를 한 바퀴 도는 링로드 투어를 어려웠기 때문에 핵심 장소만 보는 짧은 여행을 선택했다. 그리고 우리의 제일 목적은 오로라지 않겠는가? 게다가 충동적으로 선택한 일정이었기에 약 보름 후 뉴질랜드로 떠나야 했던 우리에겐 긴 시간은 허락되지 않았다.

  아이슬란드는 다른 유럽과는 특이한 게 시내 곳곳에 주차장이 있어 차량으로 접근이 용이하다는 점이다. 다른 유럽 국가를 여행할 때는 주차장이 시내와 조금 멀거나 지하에 있어 꽤 많이 걸어야 했는데 이곳은 관광지 바로 옆이 주차장이었다. 아마 인구가 적다 보니 가능한 것 같았다. 반나절 만에 아이슬란드 수도인 레이캬비크 관광을 끝내고 바로 골든서클을 보러 출발했다. 아이슬란드를 관광할 때 빼먹을 수 없는 게 바로 골든서클이다. 수도인 레이캬비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지역으로 아이슬란드를 대표하는 세 곳의 관광지를 하나로 묶어서 부르는 말이다. 아이슬란드 하면 가장 대표할 수 있는 관광지는 폭포, 화산, 그리고 온천이다. 그 세 가지를 하루에 볼 수 있는 코스가 바로 골든서클이다. 골든 서클에서 만난 폭포 화산은 이런 게 아이슬란드라는 걸 완벽하게 보여주었다. 굴포스는 웅장했고, 싱벨리어는 살아있는 지각 움직임을 보여주었고, 게이시르는 온천수가 뿜어져 나올 때마다 신기함과 즐거움을 동시에 주었다. 왜 골든서클이 아이슬란드를 대표하는지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게 아이슬란드에 온 것을 즐기는 동안 밤이 되었다. 아이슬란드에 온 첫 날밤이지만 꽤 기대가 되는 밤이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고 오로라 지수도 높았기 때문이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10분에 한 번씩 숙소 밖으로 나가서 하늘을 올려봤던 것 같다. 하지만 맑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첫날 오로라 사냥은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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