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ullee May 04. 2023

자연과 액티비티의 나라

호주_뉴질랜드 여행기 4

  전 날 유황온천에 몸을 지지고 따끈한 국물을 먹었더니 여독이 꽤 많이 풀렸나 보다. 아침에 일어나니 몸도 가볍고 정신도 또렷한 걸 보니 컨디션이 꽤 많이 돌아왔나 보다. 아침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근처 레드우드 수목원으로 이동했다. 수목원에는 미국에서 들여온 레드우드라는 소나무들이 일자로 쭉 뻗어 빽빽하게 하늘을 가린 채 길게 뻗어 있었다. 아침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산책과 조깅을 하고 있었다. 수목원에는 산책코스부터 트레킹 코스까지 있어서 길게는 8시간 짧게는 20분까지 다양한 코스가 있었다. 우리는 약 40분 정도 산책 할 수 있는 코스를 선택했다. 이번 상품 구성은 생각보다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 패키지 상품은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것을 보기 위해 정신없이 다니는데 아침 산책이라니. 그야말로 패키지에서는 사치였기 대문이다. 시원하고 맑은 공기 덕분에 상쾌한 기분으로 산책을 할 수 있었다. 숲을 산책하는 건 우리 부부에게 조금 특별한 것 같다. 숲을 산책하면서 우리 부부는 유난히 대화를 많이 하기 때문이다. 집 근처에 잣향기 푸른 숲이라는 휴양림이 있다. 한 바퀴 도는데 약 두 시간가량정도 걸리는데 군민은 무료였기에 우리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일 줄 일에 한 번씩은 산책을 했다. 사실 둘 다 퇴사를 한 뒤 매일 붙어 있지만 집에서는 티브를 보거나 핸드폰을 보면서 각자 소일거리를 즐기다 보니 대화하는 시간 자체가 적었다. 하지만 숲에 가면 걸으면서 많은 대화를 했다. 답답한 것도 이야기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 건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쌓였던 것 들을 풀 수 있는 게 우리에게는 바로 숲 산책이었다. 그래서인지 레드우드에서도 끊임없이 대화를 하며 산책을 하다 보니 몸의 여독뿐만 아니라 마음의 여독까지 풀리는 기분이었다. 약 40여분 간의 기분 좋은 산책을 끝내고 우리는 마오리 민속촌으로 이동했다. 

  뉴질랜드의 원주민을 마오리라고 부른다. 다른 나라의 원주민과는 달리 초창기에 백인들과 조약을 맺고 그들과 동등한 관계를 유지하며 지금까지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켜왔다고 한다. 사실 마오리는 한국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가장 큰 연결고리는 바로 한국전쟁이다. 한국 전쟁당시 뉴질랜드는 파병을 했고 그중 상당수가 마오리족이었다고 한다. 특히나 내가 살고 있는 가평전투에서 큰 전공을 세워 가평에는 그들을 위한 기념비가 두 개나 있을 정도 있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가요인 '연가'는 원래 마오리족의 민요인 '포카레카레 아나'를 번안해서 부른 거라고 한다. 한국전쟁 참전 한 마오리들이 고국을 그리워해 자신들의 민요를 부른 게 구전되다 번안까지 됐다고 한다. 마오리 민속촌은 관광지이기는 하나 우리가 생각하는 민속촌은 아니었다. 상점과 동네 마켓 그리고 가정집들이 함께 있는 하나의 마을이었다. 서울에서 비슷한 분위기인 곳을 찾으라고 하면 아마 북촌정도가 아닐까 싶다. 예전 마오리가 정착지를 고를 때 지열지대인 이 지역은 불이 없어도 난방과 요리가 가능했기에 이곳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곳곳에 유황 온천과 진흙 열탕 그리고 뜨거운 물이 쏟아 오르는 간헐천 등을 볼 수 있었다. 많은 가게와 집들이 문을 닫고 있어서 짧은 시간 마을을 한 바퀴 돈 뒤 유황 온천을 이용해 삶은 옥수수를 먹으며 오전 일정을 마무리하고 점심을 먹으러 이동했다. 

와까레와레와 마오리 민속촌


  이날 점심을 먹기 위해서는 곤돌라를 타고 산 위로 올라가야 했다. 주말이라 그런지 현지인들도 많이 탔는데 그중에 상당 수의 아이들이 산악용 자전거를 곤돌라에 싣고 올라가고 있었다. 곤돌라 옆쪽에는 루지를 타기 위해 가족 단위로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는 모습도 보였다. 산 위에 도착하니 아이들이 자전거로 산 아래까지 다운힐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뉴질랜드는 액티비티가 가장 발단한 나라 중에 하나라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번지점프, 조브, 루지 등은 뉴질랜드에서 개발해 전 세계로 퍼트린 액티비티 중에 하나라고 한다. 한국에 들어온 루지도 뉴질랜드에서 수입한 것이라고 한다. 곤돌라를 타고 도착한 식당 옆에도 스카이 스윙이라는 액티비티가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액티비티와 즐길거리가 있어서 인지 주말이 되면 대부분 아이들은 밖에 나와서 논다고 한다. 실제로 자전거를 타고 있는 아이들을 보니 연령대도 다양하고 성별도 다양한데 다운힐 실력이 다들 상당했다. 어린 시절부터 자연과 함께 자라는 그들에게 자연을 보존해야 한다는 생각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점심을 끝으로 로토루아의 여행은 끝이 났다. 내일 남섬으로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다시 오클랜드로 돌아가야 했다. 원래는 오클랜드 시내 관광까지 해야 하지만 가을이라 해가 빨리 지기도 했지만 중간에 쇼핑에 시간을 잡아먹어서 해가 진 뒤에야 오클랜드 시내에 들어왔다. 시내는 보는 둥 마는 둔하며 하루 일정을 마쳤다. 패키지여행을 하면서 가장 불편한 게 쇼핑이다. 여행사 입장에서야 싼 값에 상품을 팔았기에 그들도 이익을 얻으려면 어쩔 수 없는 건 알지만 쇼핑센터에서 어색한 분위기가 너무 싫다. 그들은 팔기 위해 열심히 홍보하지만 대부분은 나에게는 필요 없는 것들이거나 비싸서 사기 꺼려지는 것들이 대부분인지라 어색하게 앉아만 있어야 하는 게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패키지를 예약할 때 최대한 노쇼핑 상품을 찾기는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상품가격이 비싸지기에 다른 분들이 많이 사길 바라며 어색한 분위기를 참아냈다. 북섬 관광은 이틀로 끝이나 아쉽기는 했지만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보게끔 설계되어 있는 패키지여행을 선택한 이상 어느 정도 감내해야 한다. 패키지여행은 맛보기라고 생각한다. 그 나라에 대해 일단은 느껴보고 좋으면 다른 여행 형태로 가면 되기 때문이다. 즉 다른 여행을 위한 사전답사라고 생각하며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다음날 새벽 일찍 오클랜드 공항으로 이동했다. 해외에서 국내선을 타고 이동하는 건 오랜만이어서 느낌이 조금 달랐다. 발권을 하니 이번에는 창가자리였다. 비행기를 탈 때 복도 쪽을 선호하지만 이번만큼은 창가 자리가 되길 바랐다. 남섬으로 가면서 비행기에서 남섬의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착륙 약 30분 전 비행기 창문 밖에는 북섬에서는 전혀 보지 못했던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같은 뉴질랜드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북섬에서 마지막날 가이드는 북섬과 남섬은 전혀 다른 섬이라고 한 게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았다. 남섬은 자신이 북섬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웅장한 산맥들이 비행기 아래로 내려다 보였다. 이번에 설렘은 비행기보다 느리진 않았나 보다. 남섬에 착륙하기 전부터 설레기 시작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관광보다는 자연이 우선 인 곳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