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_뉴질랜드 여행기 5
퀸스타운 공항에도 아침에 도착했기에 바로 관광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상업적 번지점프가 시작된 카와라우 다리였다. 이곳에서 처음 느낀 건 뉴질랜드의 가을이었다. 남반구에 위치해 대한민국과는 반대의 계절이기에 가을인 건 알고 왔지만 하늘 빼고는 잘 느껴지지 않았는데. 남섬에 오니 붉은색, 노란색 단풍들이 화려하게 맞이해 줬다. 그리고 가을을 배경으로 사람들이 줄하나에 의지해 뛰어내리고 있었다. 뉴질랜드 사람들의 액티비티를 향한 사랑을 가장 잘 알려주는 게 바로 이 번지점프가 아닐까 싶다. 멋진 자연 속에서 짜릿함과 재미를 동시에 즐 길 수 있는 곳이 바로 뉴질랜드인 것이다. 도착해서 실제로 뛰는 장면을 볼 수 있을까 기대하고 갔는데 막상 가보니 많은 사람들이 뛰어내리고 있었다. 무서워서 가까이 가지도 못하지만 정작 뛰는 사람들을 보니 온몸으로 자연을 받아들이고 있는 그들이 부러웠다.
남섬은 끊임없이 나에게 여행의 즐거움을 주었는데 이날 설렘의 정점이었던 곳은 퀸스타운이었다. 가기 전까지는 여왕의 도시라고 불리는 곳이라 매우 화려한 곳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과하지 않고 오히려 중후한 품격을 가지고 있는 곳이었다. 이곳을 가장 '퀸'답게 만들어주는 건 와카티푸 호수가 아닐까 싶다. 빙하 호수라 옥빛을 띄고 있고 그 주변에는 적당한 높이의 산들이 근위병처럼 호수를 보호하고 있다. 아마 지금보다 조금 더 화려했다면 '퀸'이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고 '프린세스'라는 이름이 붙었을 것이다. 퀸스타운은 진짜 여왕의 면모를 가지고 있었다. 와카티푸 호수의 백미는 와카티푸 호수의 비치가 아닐까 싶다. 어떻게 보면 와카티푸에 비해 작아 보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아담한 면적 때문인지 이곳에 처음 온 방문객들에게 와카티푸를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해 준다. 다운타운도 그렇게 크지 않아 관광객들로 혼잡하지 않아 다니기 편안했다. 점심을 햄버거를 사다 호수 근처에서 먹으며 주변을 둘러보니 사람들은 여유롭고 주변은 한적했다. 다들 편하게 일상을 즐기는 분위기여서 그런지 나도 이방인이란 신분을 벗고 퀸즈타운의 일부분이 된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 역동적이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다운타운이라고 액티비티가 빠지진 않았다. 하늘에는 쉴 새 없이 패러그라이딩이 떠다녔고 와카티푸 호수에서는 제트보트가 스릴을 즐길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퀸스타운이란 풍경화에 전혀 위화감 없이 녹아들어 있는 것을 보면 뉴질랜드에서는 액티비티가 이미 자연의 일부분이 된 듯하다.
퀸스타운에서의 멋진 하루를 산책으로 마무리했다. 와카티푸 호수 옆으로 조성된 공원을 약 두 시간가량 걸었다. 반도처럼 약간 호수 쪽으로 튀어나와 있어서 숲과 호수가를 동시에 걸을 수 있는 코스로 되어 있었다. 어떻게 보면 퀸스타운에서 가장 좋은 땅을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해 놓은 것이다. 이런 게 바로 여왕의 품격 아니겠는가? 공원 안에 정원이 있어 다양한 꽃과 나무는 보며 걸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놀이터와 디스크 골프 시설이 있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벌통이었다. 물론 펜스로 안전장치를 해 놓았지만 벌 또한 숲의 일부분으로 보호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국어사전에 '아름다움' 치면 '모양이나 색깔, 소리 따위가 마음에 들어 만족스럽고 좋은 느낌'이라고 뜬다. 흔히 이쁘거나 멋진 것들을 보면 아름답다고 이야기를 하곤 한다. 하지만 너무 어떻게 아름답냐고 물어보면 서로 다른 답이 나오거나 표현의 한계로 답을 못할 때도 있다. 심지어 이쁘거나 화려하지 않아도 아름답다는 표현이 어울릴 때가 있다. 그만큼 아름다움의 범위가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퀸스타운이 만약에 이쁘기만 했다면 '퀸'이란 칭호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이곳에는 뭔가 품위가 있다. 아름다움을 강요하거나 대놓고 드러내지 않는다. 그 안에서 천천히 알 수 있게 보여준다. 그리고 뭔가를 강요하지 않는다. 그냥 조용히 앉아 있어도 여유와 쉼 그리고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여왕의 품격 퀸스타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