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편 - 퀸젤자우 친구들과의 첫 만남
9월 19일
아침 7시의 집(기숙사) 앞 풍경이다.
독일에 오고 난 후부터 단 한 번도 맑은 아침을 본 적이 없었는데, 이 날 처음으로 맑은 날의 아침을 봤다.
맑은 하늘의 아침을 볼 수 있다는 게 이렇게 행복하다는 걸 이때 처음 알았다.
(독일에 사는 동안에는 일상의 소중함에 대해 자주 깨달을 수 있었다.)
간단히 환기를 시킨 뒤, 간단한 아침으로 전에 사 둔 납작 복숭아를 먹었다.
이게 독일에서의 마지막 납작 복숭아였는데, 마지막 납복이라 그런가 더 달고 맛있었던 것 같다.
아, 그리고 독일 기숙사에서 지내면서 또 다른 문화 차이 하나를 발견했다.
독일도 집 안에 신발을 신고 들어가기 때문에 현관 앞에 매트가 깔려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친구들은 방에 들어가기 전에 항상 매트에 신발을 털고 들어가는데, 그게 처음에는 정말 신기하게 느껴졌다.
(사실 다른 건 다 이해해도 방 안에 신발 신고 들어가는 건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이날은 교환학생과 버디 친구들이 모여 서로 인사를 하는 날이었고, 처음으로 학교에 가보는 거라 무척 설렜었다.
*버디는 교환학생들을 도와주는 이 학교 학생들이다.
우리 학교는 하일브론 대학교의 슈베비슈 할 캠퍼스라 학교 자체는 무척 작았다.
(처음에는 건물 하나밖에 없어서 너무 작은 거 아닌가 싶기도 했었다.)
미리 알려준 방에 들어가니까 커피와 독일식 빵인 프레첼이 있었다.
그리고 교환학생 코디네이터 조수인 레오노라라는 친구가 구워온 맛있는 초코쿠키도 있었다.
맛있는 디저트들을 즐기며 이야기를 나눈 뒤에 다들 헤어졌고, 교환학생들은 남아서 수강신청을 했다.
수강신청은 교환학생 코디네이터인 코넬리아가 도와주셔서 엄청 편하게 할 수 있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인 독일 대학교의 수강신청)
수강신청이 끝난 후에는 점심을 먹으러 멘자에 갔다.
멘자는 독일 학생식당으로 생각하면 되는데, 우리 학교는 캠퍼스가 작아서 멘자가 따로 없다.
그래서 슈베비슈 할 캠퍼스 학생들은 독일 은행인 바우 슈파카세 (Bausparkasse)라는 건물 안의 구내식당을 멘자처럼 이용한다. (물론 학교와 계약되어 있음)
*바우 슈파카세(Bausparkasse)는 독일 은행인데, 슈베비슈 할에서 처음 시작되었다고 한다.
엄밀히 말하면 직장인들을 위한 구내식당이지만, 학생들을 포함하여 우리들은 그냥 멘자라고 부르고 다녔다.
처음에는 멘자가 없어서 조금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교환학생이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을 수 있는 기회가 또 언제 있나 싶어서 오히려 좋았다!
멘자에서 첫 식사
독일은 외식비가 정말 비싼데, 이곳은 음료를 포함하여 3유로밖에 하지 않는다.
가격이 정말 저렴해서 교환학생 생활 하는 동안 멘자에 정말 자주 왔다 :)
점심까지 먹고 다 헤어진 후에 언니와 나는 카페를 가려고 잠시 집 앞 시내로 나왔다.
초록초록한 식물이 가득하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에는 많은 사람들이 밖을 나와 저마다의 방식으로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우리도 그 여유에 합류하고자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참새가 방앗간을 어떻게 그냥 지나가겠는가.
달달한 걸 무척 좋아하는 나는 커피 대신 아이스크림을 시켰다.
하나에 1.5 아니면 2유로 줬던 것 같다.
카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여유를 즐긴 후에 곧 며칠 뒤에 갈 파리 여행 계획도 세웠다.
(이 때는 파워 J라 정말 꼼꼼하게 계획을 세웠다.)
집으로 들어가기 전 예쁜 슈베비슈 할 건물과 사진도 한 컷 찍었다.
다음 날도 날씨가 너무 좋아서 아침 산책을 나왔다.
나는 걷는 걸 무척 좋아하기도 하고, 동네 구경을 더 하고 싶어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그냥 들어간 작은 화장품 매장에 카일리 코스메틱 제품이 있길래 놀라서 찍은 사진이다.
한창 메이크업에 관심이 많을 때 이 제품도 눈여겨보곤 했는데, 한국에 팔지 않아서 너무 아쉬워했었다.
그런데 독일 소도시에도 이 제품이 들어와 있다니 정말 신기했던 것 같다.
(지금은 메이크업을 별로 하지 않아서 따로 사진 않았다.)
또 나는 로망이 무척 많은 사람이라, 유럽에 오면 바게트 하나쯤은 들고 돌아다녀보고 싶었다.
산책을 마치고 베이커리 가게에 들러서 바게트 하나를 사고 집에 왔다.
그리고 언니가 어제 했던 수강신청에 문제가 생겼고, 오전 11시쯤엔 코디네이터인 코넬리아를 만나기 위해 잠시 학교에 들렀다.
어김없이 커피를 내어주던 착한 코넬리아.
코넬리아는 주로 커피에 오트밀크를 타서 마신다고 한다.
우리에게도 본인만의 방법으로 커피를 타줬는데, 이 날 이후로 나는 오트밀크의 고소한 맛을 알아버렸다.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카페라떼를 마실 때 최대한 오트밀크로 바꿔서 마시고 있다 :)
학교에 들렀다가 언니가 점심으로 빵을 사겠다고 해서 아침에 들렀던 베이커리 가게에 또 들렀다.
(너무 자주 들러서 벌써 단골이 된 기분이 들었다.)
베이커리 가게 안에 들어서니 전에 학교에서 먹었던 프레첼이 구워지고 있었다.
심플한 맛을 가진 프레첼은 내가 독일에서 정말 즐겨 먹었던 빵 중 하나이다.
여전히 프레첼이 그리워서 이따금씩 생각나곤 한다.
(프레첼 위에 올려진 소금은 너무 짜서 다 떼고 먹었었다.)
그리고 독일 베이커리 가게에는 유리 안으로 벌레 (벌, 날파리 등)들이 가득하다.
처음에는 벌레가 앉은 빵을 어떻게 먹나 싶었는데,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그냥 먹게 되었다.
그리고 이날은 퀸젤자우 친구들이 슈베비슈 할로 놀러오는 날이었다.
전에 하이델베르크 편에서 슈베비슈 할 캠퍼스였기에 좋았던 점이 있다고 언급했는데, 그것이 바로 퀸젤자우 교환학생도 만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다시 정리하자면, 하일브론 대학교는 총 4개의 캠퍼스를 가지고 있다.
2개는 하일브론에, 1개는 슈베비슈 할에, 1개는 퀸젤자우에 있다.
슈베비슈 할이 하일브론과 퀸젤자우 중앙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슈베비슈 할 교환학생들은 하일브론, 퀸젤자우 교환학생 모두를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이날은 퀸젤자우 교환학생들을 만나는 날이었고, 퀸젤자우 교환학생과 교환학생들의 버디 친구들과 함께 슈베비슈 할 교회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가이드 투어를 통해 슈베비슈 할에서 가장 오래된 집 중 하나였던 건물에 들어갈 수 있었다.
가이드 분께서 직접 이 집을 사셨기 때문에 이곳저곳을 세세하게 구경시켜 주셨다.
이 집뿐만 아니라, 슈베비슈 할에 있는 집은 엄청 오래돼서 대부분 비슷하게 생겼는데, 오래된 건물을 이렇게 잘 보존하고 있다는 게 참 신기했다.
지하에도 들어갔는데, 사실 여기는 뭐라고 설명해 주셨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사진으로만 보면 와인 저장고인 것 같다.)
집까지 구경을 마친 뒤에는 가이드 분께서 좋은 전망대를 구경시켜 주신다고 하셨다.
이미 가는 길에서부터 나의 설렘이 다 보이는 듯하다.
그리고 전망대를 올라오는 순간 나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정말 너무 예뻤던 곳이고, 이 장소를 알 수 있게 되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또한 이곳은 내가 시간이 날 때마다 정말 자주 갔던 장소가 되었다.
날씨가 맑아서 더 예뻤던 전망대
코디네이터 코넬리아와 조수인 레오노라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전망대 구경을 마친 뒤,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식당에 갔다.
여기는 아드리안 (슈베비슈 할 교환학생)과 처음 만난 날 저녁 식사를 같이 했던 곳이어서 더 친숙했던 것 같다.
맛있는 저녁을 먹으며 또 다 같이 이야기를 나눴고, 단체사진을 끝으로 이 날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