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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즈블리 Nov 26. 2024

매장에서 만난 한 어머니

사람들은 상품에 담긴 감정을 산다.


무언가에 돈을 쓴다는 것은 내가 그것에 가치를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 매장에서 어느 어머니가 기억에 남아 글을 옮긴다.






정말 마음에 드는 옷이었던건지, 온라인 구매 사이트에서 특정 옷을 폰에 간직한채로 들고오셨다.

그리고 물으셨다.






"이 옷, 여기에 있나요?"

"잠시만요, 재고 조회해드릴게요 :)"

"사이즈는 몇 찾으세요?"

"SMALL(스모올) 찾고 있어요"







그렇게 아이팟을 키고 해당 상품의 품번을 폰에 손가락으로 쳐 재고검색을 했다.

검색하고나니, 검색결과는 전 사이즈 '품절'이었다.







"재고가 다 품절이네요. ㅠ"

"다른 매장 재고도 봐드릴까요?"







"네에, 한번 봐주실수 있나요?"

"용산 아이파크 몰이랑, 서울역부근에 있다고 나오네요. 여기 한번 가보시겠어요?"

"거기도 다 갔었는데.. 없다고 하던데.."







"그러면 다른 매장들도 봐드릴게요"

"조금 멀리 한 곳에 있다고 나오는데, 괜찮으세요?"

"고양 스타필드에 있다고 나오네요"







"거기까지 가봐야겠네요.."







"아니면,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는지 봐드릴까요?"

"네에, 봐주세요"






그렇게 온라인 사이트를 켜 해당 제품을 검색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도 그 제품은 품절이었다.






"이거 즐겨찾기 해놓으시면, 나중에 뜨는 경우 있거든요?"

"그 때 재빠르게 구매하셔도 되고, 아니면 시착하고 싶으시면 고양 스타필드로 가시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아요 ㅠㅠ"






"거기로 가봐야겠네요"

"아유, 고마워요"






그 어머니는 그 옷이 많이 마음에 드셨는지 무척이나 찾고 싶어하셨다.

그 분의 표정을 잊지 못한다. 이거 찾아 여기 저기 돌아다니는데, 매번 찾을 수 없어서 아쉬워하시는 표정.

어머니 뻘 연세셨는데, 눈은 초롱초롱하고 순수했다. 아이의 눈동자 같기도 하달까.

그리고 조심스럽게 묻는 그 분의 모습.

조용한데 예의있으셨고, 고요한데 간절하심이 보였다.







상품은 고객에게 소중함을 건네준다.






매장에 있다보면, 자기 자신을 위해 상품을 구매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자신의 아들, 딸, 형제, 자매를 위해 구매하시는 분들도 있다.






당신보다 자식을 먼저 생각하고, 딸과 아들 아니면 손자, 손녀의 제품을 사시는 분들도 열에 일곱은 계신다.

이 아이가 이 옷을 좋아할까. 좋아해주면 좋겠는데. 하는 속마음이 그저 그 분들의 표정에서 비친다.






그리고 그렇게 간절하게 찾던 제품을 찾아 결국 사게되었을 때,

그 분들의 표정은 정말이지 행복해보인다.






그렇게 한 벌을 사더라도, 돈을 쓰는 그 상품은 그 고객에게는 '하나의 귀중한 가치'를 선물해준다.

그렇게 매장은 고객의 '소중함'을 선사하는 곳이 된다.

돈을 주고 구매하지만, 뿌듯함과 만족감, 설렘을 사간다.

내 자식에게 맞을까 하는 '걱정'이 있어도, 한켠에는 '흐뭇함'도 있곤 하신다.  






제품 하나로 '기쁨'이라는 감정이 보일 때면,

이래서 사람들이 쇼핑하지 싶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쓴다는 건





가족 중 막내이모가 예전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마음을 쓴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돈을 쓰는거야"

그렇게 그 사람에게 돈을 쓰는 것이 그 사람에게 마음을 쓰고 있다는 단적인 표시를 해준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나는 한 소절을 더 붙이고 싶다.

“돈을 쓰기까지 과정이 더 소중하다“

작은 비용이라도 그 사람의 마음이 담기는 과정이어서, 돈을 쓴다는 건, 진짜 마음을 표현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는 것”





돈을 쓰는 과정이 들어가기에. 소중하다.

무엇에 나의 돈을 쓸 지를 고민하고, 그 상품을 물색하는 그 시간.

그렇게 가장 소중한 내 시간도 쓴다는 것.

그렇게 나의 비용도 나의 시간도 아낌없이 쓰는 것.





그래서 결국 돈을 쓰는 행위 안에는 그 가치가 포함되어있다.







상품에는 감정이 담기기 마련이다.





그렇게 고객은 상품에 담긴 감정을 소비한다.

저마다의 사연으로 상품 구매를 위해 매장을 방문한다.

그러기에 찾는 제품도, 상품을 찾는 이유와 목적도 다 제각각이다.





애틋함, 특별함, 설렘, 만족감, 기쁨, 행복감 등과 같은 긍정의 감정들이 주를 이룬다.





그래서 난 고객들을 볼 때면, 그 상품에 대한 감정을 잃지 않도록

잘 포장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곤한다.

우리에게는 수많은 계산하는 고객들 중 한 명이고,

수많은 상품들 중 하나일 뿐이지만,

고객에게는 하나하나의 상품이 소중하다.





특히 그런 고객 한명을 마주하게 될 때면,

그 상품을 나도 그 고객의 감정으로 대하게 된다.

오늘의 어머니처럼.





그래서 상품에 소중함이 담길 때도 있다.

매장에서 일하다보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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