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화려함을 추구하고 나는 무난함을 추구한다. 그녀는 많고 다양한 것을 좋아하나 나는 뭐든 적당한 것이 좋다. 그녀는 형형색색의 휘황찬란함을 선호하지만 나는 깔끔하고 단순한 것에 더 손이 간다.
성격도 취향도 다른 우리 모녀는 사사건건 부딪혔다. 자기 주관이 뚜렷해지는 4살 무렵부터 딸은 자신의 취향을 강하게 드러냈다. 공주 옷, 면사포 머리띠, 반짝이 구두, 주렁주렁 걸친 액세서리들. 과하게 치장한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고 제재를 많이 했다. 그러나 아이는 내 말을 듣지 않았고, 외출할 때마다 실랑이를 벌였다. 딸과의 다툼에 지친 어느 날 밤, 나의 엄마에게 하소연을 했다.
"온 집안의 수건, 보자기 다 꺼내서 몸에 두르고 드레스라고 하던 네 어릴 적이 생각나네. 못하게 해도 계속해서 그냥 내버려뒀지. 한 3달 그러다 말더라.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둬봐. 1년 정도 그러다 말 거야.”
엄마의 조언대로 눈을 질끈 감고 큰맘을 먹었다. 딸의 취향을 존중해주기로. 그러나 엄마의 예상은 빗나갔고, 딸은 4살부터 7살까지 공주패션을 유지했다. 패션뿐 아니라 먹는 거, 읽는 거, 사는 것 등에서 자기 주관이 뚜렷했으며, 나는 생명의 위협이 없는 이상 대부분의 것에서 자유를 줬다. 기도하며 인내심을 키우고 육아서에서 본 대로 '조곤조곤 설명하기'를 실천하려고 애쓰고 애쓰면서.
그런 그녀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자 치마보다 바지를 입기 시작했다. 핑크색 옷만 입던 그녀가 이제는 연보라색과 검은색 옷을 주로 입는다. 매일 다르게 묶어달라고 하던 머리도 하나로 질끈 묶어달란다. 반지와 목걸이는 거추장스럽다고 서랍에 넣어버려 나를 당황하게 했다.
주렁주렁, 치렁치렁할 자유를 맘껏 누린 아이가 이제는 엄마의 취향도 따르기 시작했다. 쇼핑 중 의견이 달라도 내 말이 이해되면 하늘색 옷도 입어보고 구두 대신 운동화도 신어준다. 그동안의 '조곤조곤 설명하기' 노력 덕분인지 지금은 엄마의 말에 귀 기울이고 설득이 되는 단계가 된, 그녀의 모습이 감격스러울 따름이다.
사춘기가 되면 또 부딪히겠지? 그때는 더 깊고 넓은 인내심이 필요할 테지만, 나는 또 딸을 극복해나가리라. 그리고 '그녀 극복기' 2편을 쓰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