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hye Nov 26. 2024

그거 알아서 뭐해요?

-역사를 배우는 이유

지난 겨울방학, 시흥의 오이도 박물관을 방문했었다. 오이도는 서해안 최대 패총(貝冢) 유적지이자 다양한 신석기시대 유물이 출토된 곳이며, 박물관은 오이도 유적의 유물뿐만 아니라 시흥의 다양한 문화재가 있는 전시와 체험의 장이다. 어린이체험실은 모래 놀이터, 도토리 꾸미기, 갈돌과 갈판 체험하기 등의 활동을 통해 즐겁게 놀면서 신석기시대 생활문화를 경험하게 해주었다. 상설전시실에서는 작살과 움집체험, 빗살무늬 토기 접합 및 무늬 그리기 체험으로 신석기시대 문화를 온몸으로 알게 해주는 공간이었다. 집으로 가는 길, 너무 재밌었다며 남매는 신석기시대 유물에 대한 지식 배틀을 이어갔다. 그런 그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나에게 갑자기 아들이 물었다.


엄마, 근데 이거 알아서 뭐해?


질문을 던지고 피곤했던 아들은 금세 잠들었지만, 운전하는 내내 그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역사를 왜 공부해야 하는지, 역사가 무엇인지 아이들이 묻는 듯했기에. 내년부터 학교에서 한국사를 배우는 아들에게 질문에 대한 답을 해주고자 이 글을 쓴다.

역사가 뭘까? 역사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나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과거에 일어난 일이다. 그러나 과거의 사실(歷)이 모두 역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사실 중에서 역사가가 선택하여 기록(史)한 결과물을 우리는 ‘歷史’라고 한다. 그러므로 역사는 ‘기록된 과거의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는 크게 보면 유사한 패턴의 반복이다. 생성, 발전, 정점, 쇠퇴 그리고 멸망. 우리는 이것을 흥망성쇠라 한다.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유사한 사례를 발견하고 위인들의 탁월한 선택을 참고하여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지금 내가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역사 속 누군가는 어떻게 했는지 파악하여 현재의 나에게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


역사책을 펼치면 지난날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된다. 더불어 왜 그런 일이 일어났고, 그 일이 당시 사회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역사에서 지난날 사람들의 삶을 생각해 보는 것이 역사 공부라 하겠다. 역사 속 인물을 통해 아이들은 꿈을 구체화시키고, 인생의 가치를 알아가지 않을까? 지난날 치열하게 산 사람들의 삶을 통해 자연스레 감사와 겸손을 배울 수 있다. 실망감과 배신감을 안겨주지 않는 검증된 역사 인물을 롤 모델로 삼아 일관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엄마의 열 마디 말보다 아이가 롤 모델로 삼은 역사 인물의 단순한 한 마디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지금까지는 근본적인 이유였고 이제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보겠다. 한국사는 2005년부터 한참 동안 선택 과목이었으나 2017년부터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되었다. 지금의 초등학생들에게도 영향을 끼치는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한국사는 공통 과목이다. 입시 설명회의 진로담당 선생님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수능도 잘 준비하고 내신도 소홀히 하지 말고 학생부 종합 기록도 신경 쓰라는 것이다. 국어, 영어, 수학은 문과든 이과든 잘해야 유리하고 선택의 폭이 넓다고 덧붙이신다. 그 세 과목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긴 시대와 많은 내용의 역사를 지금부터 잘 배워놔야 할 공부 많은 고등학생 때 덜 힘들지 않을까? 어릴 적 공부가 나중 시간을 벌어줄 것이다. 그리고 역사 공부를 통해 글쓰기와 논술 실력도 쌓을 수 있다. 역사에서는 어떤 주요 사건의 발생 배경부터 전개 과정, 결말, 영향 및 의의를 같이 알아야 한다. 어떤 사건을 대할 때 이런 방식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다 보면 사건의 겉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능력이 길러진다.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원인과 결과를 생각하는 사고력과 사건-원인-결과-사고력을 바탕으로 한 글쓰기 실력도 터득할 수 있다. 이 실력은 아이에게 대학 입시와 대학 생활, 취업과 면접에서 큰 자산이 되어줄 테다.

이모저모, 요리조리 살펴봐도 쓸 데 많은 역사 공부.
아들아, 앞으로 네가 가고 싶은 학교, 하고 싶은 일을 정하는 과정에 역사는 피가 되고 살이 돼. 네가 존경하는 세종대왕처럼 애민정신과 실용정신을 발휘해 볼게. 역사로의 첫걸음, 엄마와 함께하자!


▪︎엄마가 읽으면 좋은 책: <엄마가 직접 하는 우리 아이 스며드는 역사 공부법>(김경태, 델피노, 2023)
▪︎아이에게 도움 되는 책: <초등학생을 위한 역사란 무엇인가>(김한종•김승미•박선경/이시누, 책과함께어린이, 202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