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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호 Mar 17. 2024

<좋은 사람으로 이 세상에 빨리 돌아와>

몽골인은 자신의 곁을 지키던 개의 꼬리를 잘라 개의 머리맡에 두고 고개를 숙여 속삭였다.

“좋은 사람으로 이 세상에 빨리 돌아와”      


동생: 어제 꿈에서 슈가 소가 돼서 나왔다?

나: 슈가 소가 됐다고? 진짜 슈였어?

동생; 응

나: 그 소가 슈인지 어떻게 알아?

동생: 그냥 알았어 알 수 있었어.      


동생은 무슨 말을 더하려다 말았다. 그래 동생이라면 정말 알 수 있었을 거다. 문제는 나다. 우리에게 슈가 다시 찾아온다면, 그럴 수 있다면 단번에 알아차릴 표식이나 기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혹시나 내가 놓친 무언가가 있을까 불안했다. '아무래도 소보다는 사람이 좋은데..' 그리고 그런 밤이면 생각했다. 온 산과 바다를, 마을과 마을, 고운 모래와 폭신한 이불을 달리는 갈색도 회색도 아닌 털이 수북한 그 작은 발을. 빠르게, 느리게, 천천히, 게으르게, 당차게, 세상의 모든 속도로 세상의 모든 냄새를 맡고 세상의 모든 소리를 듣고 세상의 모든 색의 바람을 털 사이사이로 가르는 그 발을 생각했다. 그 모든 곳을 다니는 동안 불어온 바람에, 냄새에 털이 점점 걷히고 자기 마음대로 살고 싶은 대로 거침없이 뛰어다니는 어린 사람의 발바닥을 떠올렸다.     


어떤 이별은 완벽히 예상했음에도 어김없이 슬프다. 그리고 그 이별은 유리 조각이 되어 몸속에 콕 박힌다. 그래서 멀쩡히 밥 먹고 웃고 잘 지내다가도 따끔거리고 시큰거리고 울먹이게 만든다. 잠이 안 오는 날에는 침대에 누워서 슈와 맨발로 달리는 상상을 한다. 내가 살면서 놓쳤던 수많은 사인들 사이로, 괴로움 서러움 사이로, 유리 조각들 사이로, 돌아갈 수 없는 행복했던 순간들 사이로 정신없이 달린다. 그럼 내 발에도 털이 수북이 자란다. 그리고 속삭인다. 돌아오지 않아도 좋으니 행복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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