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inner courage
Dec 12. 2023
오늘은 우리 엄마 생신이다.
아침에 한다는 것이 늦어져 퇴근 무렵 통화를 했다. "생신인데 뭐 먹으러 가? 아부지랑 맛있는거 먹어." 하자 "ㅇㅇ궁 가려구. 외할머니가 거기 고기 좋아하시잖아."한다.
평생을 가족을 위해 살아 온 우리 엄마는 생일날 메뉴도 항상 식구들이 좋아하는 걸로 정했다. 내가 어릴 땐 나와 동생이 좋아하던 피자로, 그 이후엔 아부지가 좋아하는 생선회로, 외할머니가 혼자가 되신 후론 할머니가 좋아하는 고기로 엄마 입맛과는 관계없이 변해 왔다.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은 선뜻 떠오르는 것이 없었던 반면, 아부지 좋아하는 음식은 금방 떠오르자 좀 슬퍼졌다.
"엄마, 뭐 먹고싶은거 없어? 주말에 우리가 가면 엄마가 좋아하는거 먹자."
"난 다 좋은데? 애들이 좋아하는 탕수육 먹을까?"
이젠 손주들 좋아하는 메뉴라니..
생각해보면 단 하나 엄마가 포기하지 않았던 건 꽃이다.
엄마는 이른 봄 프리지아부터 장미, 백합을 거쳐 가을 소국까지 철마다 꽃을 한아름 사와 식탁을 장식했다.
주말이 오면 엄마가 좋아하는 꽃을 한아름 안고 달려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