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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ner courage Dec 14. 2023

치과에 다녀와서

어릴 적부터 나는 이가 튼튼했다. 그다지 열심히 양치하지 않았는데도 충치가 없었고 자라서도 치과를 방문할 일이 거의 없었다. 사과를 옷에 쓱쓱 닦아 껍질채 베어 물면 엄마가 "이 튼튼해서 좋겠다."며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곤 했다.

그러던 내가 항암치료 후로는 깎아진 사과에도 이가 시리고 단단한 음식은 이가 흔들려 먹지 못하게 되었다.

세번째 항암치료를 했던 날이었다. 양치를 하는데 이가 흔들리는 게 아닌가? 그때 깨달았다. 이게 바로 환자들이 얘기하던 '잇몸이 내려앉는다.'는 것이구나.

항암치료는 끝났지만 안타깝게도 치아는 돌아오지 않았다.

몇개월 전부터 이 시림이 심해지고 가끔 치통도 있었지만 계속 미뤄두다 오늘 큰 마음을 먹고 치과에 갔다.

검진결과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충치가 무려 18개!
성인치아갯수가 32개인데 절반 이상이 썪은 것이다.

집으로 돌아와 둘째에게 얘기하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한테는 맨날 양치하라고 하더니 엄마는 왜 안했어?"한다.
 
웃어 넘기면 될걸 발끈해서 한마디하고 말았다.
"항암치료 때문에 그래. 엄마 양치 열심히 한다구!"
 
그러자 아이는 내눈을 피해 아래를 보며 작은 소리로 얘기했다.
"엄마는 충치가 있어도 살아있잖아. 죽는 사람도 많대. 내가 책에서 봤어. 암이 사망원인 1위야."

그런것도 알고 있었구나. 걱정을 했겠구나...
걱정을 끼치는 엄마라니..

그러게 충치가 무슨 대수랴?
'아들. 엄마가 감사할 줄 모르고 투덜대기만 해서 미안해. 심지어 엄마는 암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인데.. 정말 부끄럽다.'

치과치료 잘 받고 양치도 더 열심히 하고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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