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컨설팅펌으로 간 까닭은 4

컨설턴트라는 직업은 매력적인가?

이야기의 시작은 컨설팅 펌에 ‘왜’ 갔는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바이오나 헬스케어 산업에서 경영이나 전략 일을 하고 싶습니다. 앞서 몇 편에 걸쳐 이야기한 배경은, 제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왜 컨설팅펌으로 지원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이번에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기능적인 측면입니다.

  면접관 분들 또한 제가 왜 회사를 가고 싶어하는지에 대해서 많은 의문을 갖고 계셨습니다. 요지는 ‘왜 편하게 돈 잘 버는 의사 그만두고 힘든 일을 하려고 하는가’였습니다. (심지어 면접관 중 한분은 '저도 의사 하고 싶었는데' 라고 이야기까지 하셨습니다.)

  제가 드렸던 답변은 직업이 주는 가치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업을 통해 일반적으로 2가지를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제적 보상과 성장입니다. 경제적 보상은 월급이나 지분, 스톡옵션 같은 형태일 수 있고 성장의 경우 배움, 면허, 커리어 등의 형태일 수 있습니다.

  저와 제 주변의 경험을 보자면 많은 경우에 경제적 보상과 성장 보상 두가지 측면 모두에서 만족스러운 경우는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대학원 과정에 있는 동안에는 학위라는 성장 보상이 있지만 경제적 보상은 부족했습니다. 반면 로컬 병원에서 일할 때를 생각해보면 경제적 보상은 만족됐지만 성장 보상이 부족했습니다. 병원에서 수련 받던 제 동기들도 전문의 면허 측면에서 성장 보상은 좋았지만 경제적 보상이 불만족스러웠습니다.

  컨설턴트는 두가지 측면에서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략과 경영에 가장 전문적인 곳에서 배울 수 있으며 일하는 방식, 커뮤니케이션 방식, 논리적 사고 방식 또한 배울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경제적 보상도 다른 회사에 비하면 많은 편입니다. 결국 2가지 보상을 축으로 그래프를 그렸을 때 컨설턴트는 double positive 영역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줄 요약하자면 배우면서 돈버는 곳)

  면접 때 관련 질문을 받았을 때 위와 같은 답변을 드렸습니다. 면접을 봐주신 컨설턴트 분께서는 다른 관점의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두가지를 다 얻을 수 있는 대신, 비용으로 시간을 지출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늘날에는 QOL(quality of life)이 또다른 축으로 기능합니다. 가족이 있는 경우에는 축에 대한 우선순위가 바뀔 수 있을 것입니다. 아직 성장에 대한 목마름이 있는 젊은 사람이라면 전자의 장점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2가지 부수적인 장점에 대해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번째는 학위의 가치입니다. 이공계 출신들은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 진로를 이어가는 것이 가장 일반적일 것 같습니다. 대학이나 연구기관은 박사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박사들이 많은 곳에서는 학위 취득 여부가 매력을 갖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어차피 모두가 박사입니다. 발에 채이고 널려있는 것이 박사입니다.)

박사는 따기 힘들지만 너무 많다

   연구 이외 분야의 커리어를 고민중이시라면, 학위가 메리트를 갖는 회사나 산업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컨설팅펌은 학위에 대한 가치를 인정을 해주는 편이고 이 또한 저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했습니다.

  두번째는 선택의 다양성입니다. 현재의 선택은 미래의 선택을 좁히기도 혹은 넓히기도 합니다. 예전에 만나뵈었던 맥킨지 컨설턴트께서는 선택을 하기 너무 어려운 경우라면, 앞으로 더 많은 옵션이 생기는 선택을 하라고 했습니다. 제가 산업에 관심 있다고 해서 임의의 바이오 회사에 취직을 하면 아마 연구 혹은 영업 관련 업무를 주로 맡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앞으로도 해당 커리어 위주의 삶을 살아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컨설팅펌 이후의 커리어는 매우 다양합니다. 

  컨설팅 펌 내부에서 커리어를 밟아갈 수도 혹은 회사 밖의 타 대기업, 스타트업, MBA 등 다음 커리어를 이어가는데 도움이 됩니다. 저처럼 의전원, 대학원 같이 좁아지는 선택지를 밟아온 사람에게 매우 큰 매력이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본격적인 준비와 관련된 과정을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