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떠라 모든 어둠 먹고~ 해야 솟아라 높이높이!!’ 목이 터져라 부르던 소실적 노래 가사를 오늘에사 마을 뒷산에서 목이 터져라 불러 본다.
산청에 터를 잡고 살게 된지 횟수로 3년째다. 이사 온 그해 마지막 날에 뒷산 높은 곳에서 천왕봉 뒤로 하루를 사르는 일몰을 보며 이래서 지리산에 왔다며 가슴 설레어 했었다. 새해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는 말만 들었지 딱히 어디라고 알지 못하고 한해한해 보내고 있었다. 도시에서 살 때는 피곤하다는 핑계로 일출을 보러 갈 엄두를 내지 못했었는데 산속에 살다보니 자연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은 다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절실했다.
두 달에 한 번씩 모이는 가까운 동네 이웃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이 아닌가. 얼마나 반갑던지. 하지만 나무들이 우거지고 오르기 힘들다며 다들 손사레를 쳤다. 그런다고 포기할 안사람들이 아닌지라 바깥양반들을 설득하였다. 그후 바깥양반들은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말이 나온 김에 당장 작업을 하자고 두 팔을 걷어붙였다. 다음날 새벽 찬바람을 맞으며 작업 도구를 들고 길을 나서더니 올라가는 산길과 키큰 나무들을 베어서 깨끗하게 정리를 해 놓은 것이다. 그 후 일출에 대한 기대는 부풀대로 부풀었고 새해맞이 떡국준비까지 하여 오늘 거사를 치룬 것이다.
처음으로 어두운 새벽길을 더듬거리며 오르는 산길이 만만치는 않았다. 그러다 조금씩 사방의 어둠이 걷히면서 가벼운 산책길처럼 편한 길이 이어졌다. 조금 더 올라가니 멋진 일출명소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잘 다듬어 놓은 곳이 있었다. 추운 겨울에 언 손을 호호거리며 나무를 자르고 낙엽을 쓸며 고생했을 이웃분들이 눈물 나도록 고마웠다. 도착하니 해가 뜨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기다리는 시간도 즐거웠다. 간혹 차갑게 부는 바람도 싫지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동편 쪽에 질펀한 구름 위로 솟은 산봉우리들 사이로 여명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붉은 해가 솟아오른다. 붉은 기운은 풋풋한 생명력으로 부풀어 오르고 싱싱한 활력으로 일렁인다. 순간 와!하는 탄성과 함께 새해 소망을 비는 합장한 두 손에 꽉 힘이 주어진다. 각자 소망을 비는 마음은 같으리라. 이루어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모두 한 마음으로 떠오르는 해를 뒤로 한 채 내려오는 발걸음은 구름 위를 걷는 듯 가벼웠다. 마음은 하늘을 나는 듯 부풀었다. 이 모든 것이 이웃의 수고로움과 따뜻함 덕분이었음에 고마움을 전하며 언제나 오늘만 같기를 소망해 본다.
공자 왈
‘덕을 갖춘 사람은 외롭지 않으며 언제나 이웃이 함께 하기 마련이다’라고 했다. 따듯한 이웃이 늘 함께하기에 북풍 추운 산골살이가 언제나 훈훈한 봄날 같다. 우리 또한 진정한 마음을 따라 산다면 따듯한 이웃으로 함께 할 수 있으리라 다짐해본다.
마근담 마실 이웃분들~
우리 모두 새해에도 복 많이 지읍시다!!!!
언제나 오늘만 같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