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은 조커로부터 고담시를 보호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도덕률과 한계에 끊임없이 부딪히며 선과 악에 대한 양면성을 드러낸다. 이 모습은 배트맨뿐만이 아닌 다른 등장인물들에게서도 등장한다.
만약 배트맨과 고담시의 영웅 하비가 완연한 도덕성을 보여주었다면 다크 나이트는 많은 사람들의 인생영화로 회자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둘의 도덕적 정의는 끊임없이 흔들리고, 타락하고, 때로는 빛의 수명이 다하여 어둠과 손을 잡기도 한다.
기억에 남는 씬 중 하나는 조커가 레이첼과 하비를 인질로 데리고 배트맨이 둘 중 누굴 살리고 누굴 죽도록 방치할지 결정해야 하는 장면이었다. 레이첼은 심지가 곧고, 조커에게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에서조차 할 말을 다하는 용감하고 정의로운 인물이다.
조커에게 인질로 붙잡혔을 때 생사의 기로에서 고담시의 희망인 하비를 구해야 한다고 전화로 울부짖으면서 막상 자신에게 오리라고 믿고 있었던 베트맨이 자신이 아니라 하비를 선택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레이첼의 순간적으로 일그러진 얼굴과 흔들리는 동공에서 드러난 당혹감과 원망, 체념, 안도 등 복합적이면서 이중적인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하비를 보며 영웅도 한순간 변모할 수 있음을, 레이첼을 보며 굳센 사람도 죽음 앞에서 흔들릴 수 있음을 볼 수 있었다.
타락과 부패 그 이면의 성장, 통제와 억압 사이의 경계, 하비라는 마스코트를 내세워 수호해 온 정의가 일련의 무질서로 함락되는 광경을 지켜보는 배트맨의 갈등, 무심코 지나친 장면과 대사들에는 일상에서도 마주칠 수 있는 철학적인 고뇌가 담겨 있다.
의견이 충돌하는 배트맨과 루시어스
그중 다크 나이트에는 배트맨이 조커를 찾기 위해 고담시의 모든 CCTV를 해킹하고 휴대전화를 도청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배트맨의 동료이자 기술 전문가인 루시어스는 “이 기계가 웨인 엔터프라이즈에 있는 한 난 나갈거야.”라고 말하며 사임하고, 배트맨은 악을 물리치기 위해서 희생은 불가피하다고 반박한다. 배트맨의 행동이 비윤리적이라는 루시어스의 주장은 세계인권선언 제12조의 사생활의 기본권 보호 의무에 의거한다.
이처럼 다크나이트, 미션 임파서블, 본 아이덴티티, 존 윅, 다양한 첩보물과 액션 영화 속에 안면인식 기능이 탑재된 CCTV를 통해 감시 대상자의 위치와 착장을 추적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현실 속 CCTV에도 실제로 안면인식 기술이 탑재되어있을까?
영국에서는 경찰이 안면 인식으로 감시를 불시에 실시하여 관할 지역 내로 들어가면 얼굴이 스캔되어 입력된 비밀 감시 대상자들과 대조된다. 시스템은 보행자 중 감시 대상과 일치한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을 은밀하게 경찰에 알리고, 이들은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된다. 영국의 개인정보 보호단체 빅 브라더 워치(Big Brother Watch)에서는 ‘정보의 자유 캠페인’을 벌였고, 그 결과 일치로 판별된 사람 중 98%가 무고한 사람인 걸로 드러났다. 빅 브라더 워치는 이 추세가 지속되어 영국의 6백만 대의 CCTV에 실시간 안면 인식 기능이 생길 것을 우려한다.
중국은 2015년부터 스카이넷(Skynet)을 운영해 오고 있다. 스카이넷은 범죄와 재난 예방을 위해 구축한 감시 네트워크로, 주요 교통시설을 중심으로 전국 29개 성급 행정구역에 2000만 대가 넘는 CCTV를 설치했다. CCTV에는 안면기술이 탑재되어 있으며 중국 전체 인구를 1초 만에 스캔할 수 있고, 성별, 연령대, 복장, 특정 프로파일과의 일치율 등을 판별할 수 있다. 시스템을 통해 체포된 범죄자 수는 2000명을 상회한다. 프로젝트는 확대되어 2020년도에는 이미 중국의 주요 도시 지역에는 30m 간격, 인구가 적은 지역에는 300~500m 간격으로 1억 7500만 대의 안면 인식 기술이 탑재된 감시 네트워크 CCTV가 설치되었다.
2017년 10월 BBC 기자 존 서드워스(John Sudworth)가 스카이넷의 성능을 실험하기 위해 구이양 지역에 방문하여 자신의 얼굴 사진을 등록하고 스카이넷을 통해 자신을 찾는 시간을 측정했을 때 발각되기까지의시간은 7분도 채 미치지 않았다. 2018년도에 같은 실험을 한 후난대 학생은 4분 15초 만에 발각되었다. 이 도구들은 너무나 막강해서 통제하지 않으면 남용될 경우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국내에서는 인권 침해 논란으로 안면인식 기술이 적용된 지능형 CCTV는 신변보호 요청자의 주거지 근처 또는 기업에서 보안 등의 영리적인 목적으로 허가를 받은 후 설치가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어딜 가나 마주하는 CCTV속의 데이터는 디지털 세상에서 인물의 가장 내밀한 일상과 맞닿아 있는 만큼 이러한 정보에 대한 접근권한과 분석권한이 누구에게 어디까지 주어지며 이를 가능토록 하는 기술이 무엇인지 대한 질문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