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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색의 시간 Dec 03. 2024

11. 몸에 귀를 기울이면 – 신체를 살피는 글쓰기

나와 가까워지는 21일 글쓰기

어제 침묵의 하루 잘 보내셨나요. 저는 아주 오랜만에 요가를 하러 갔습니다. 2년 정도 무릎을 쓰지 못했었어요. 오른쪽 무릎에 처음 신호가 왔을 때는 통증이 심했고, 퉁퉁 부어서 주사기로 물을 빼내야 했습니다.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병원에서 갑자기 주사기를 가져와 무릎에 꽂고 물을 빼더군요. 주사기 하나로 모자라 두 개를 써야 했습니다) 그러고도 한동안은 정상적으로 걷기가 어려웠어요. 당시 여러 지역을 다니며 강의를 하고 있었는데, 일을 모두 쉬어야 했죠. 제가 할 수 있는 일이자 제가 해야할 일은 그저 가만히 있는 거였어요. 무릎에게 회복할 시간을 줘야 했습니다.

 

1년이 지나도록 무릎이 낫지 않아 처음으로 MRI라는 것을 찍었고, 반월상 연골판 파열 진단을 받았습니다. 반월상 연골판이라는 이름처럼 반달 모양의 연골판이 있는데, 저는 그것이 반달 모양이 아니라 보름달 모양이라고 했습니다. 연골판 면적이 남들에 비해 두 배인 셈이었지요. 보름달의 바깥 부분이 손상되었다고 했습니다. 의사는 격한 운동은 피하고 일상생활 정도만 하라고 권유하더군요. 진단을 받고 병원에서 말한 대로 ‘일상생활 정도’만 하며 살았습니다.

 

무릎이 다치기 전엔 등산을 다니며 사계절의 풍경을 맛볼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행복하지 않더라고요. 앞으로 등산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더해져 더욱 마음이 무거웠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무릎이 건강해진 기분이 들었습니다. 말을 할까말까 많이 고민하고 망설였는데 오늘 당당하게 말해보겠습니다. 무릎이 건강해진 것은 글쓰기의 힘입니다!

 

감정 컬러 글쓰기를 진행하면서 부정적인 감정을 마주하고 그 감정을 써내고 난 뒤 무릎이 좋아진 것을 느꼈습니다. 착각인가? 일시적인 현상인가? 며칠을 보내면서 기다려보았죠. (무릎이 다시 안좋아지기를요) 그런데 무릎은 계속 멀쩡했습니다. 그래서 어제 요가원에 다녀온 것입니다. 거의 2년 만에 처음으로 가부좌를 하고, 무릎을 꿇어보았습니다. 다행히도 아프지 않았고 오늘도 멀쩡합니다. 

 

사실 오늘에 오기까지 저는 계속 무릎을 의식하며 지냈습니다. ‘무릎이 좋아졌다고? 그럴 리 없어. 내 반월상 연골판은 파열되었고, 한 번 파열된 연골판은 회복될 수 없다고 했단 말야!’ 이러한 생각은 무릎 통증을 다시 악화시켰습니다. 무릎을 걱정할수록 실제로 무릎에 통증이 되살아났습니다. 통증이 되살아나면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무릎에게 말했습니다. ‘미안. 내가 또 쓸데없는 말을 했네. 너는 아주 건강해. 너는 정말 튼튼해. 너는 걸을 수 있고, 달릴 수 있고, 춤출 수 있어. 건강한 무릎으로 춤출 수 있음에 감사해.’ 그러면 무릎 통증이 잠잠해졌습니다. 

 

이제 무릎은 제 마음의 아주 예민한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마음이 어두워지면 무릎이 아픕니다. 무릎이 아프면 내가 어두운 생각을 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고, 그것을 흘려보내게 되었습니다. 

 

●11일 차 – 신체를 살피는 글쓰기

<나와 가까워지는 글쓰기>란 내면의 목소리는 물론 몸의 목소리와도 가까워지는 글쓰기 여정입니다. 잠시 몸에게 말을 걸어봅니다. 몸의 어느 부분이 마음에 드는지, 혹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어떤 곳이 가장 좋은지, 자유롭게 이야기를 건네보세요. 떠오르는 몸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종이 위에 써보세요. 일어나는 감정을 흘려보내면, 몸이 한결 가뿐하고 편안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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