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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ngsunlee Jul 25. 2023

  나의 크리스마스트리

2022년 크리스마스트리


수령 70년 된.  그리 높지도, 크지도 않아 아담한  그렇다고 너무 초라하지도 않은  소나무, 이리 뻗치고 저리 뒤틀릴 때마다 지지대를 세워가며 곧바로 세우기에 힘쓴 나의 정원사 은신이. 가지가지 푸르름으로 채워가며 솔향기 풍성한 소나무로 채워준 나의 자녀들. 너무 고맙고 감사해   올 크리스마스는 내 인생의 추억이 담긴 이야기로 내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고자 먼지가 싸인 기억의 창고에서 오래된 오너 멘트를 꺼내어 장식을 해본다. 



1963년 산 오너먼트


빨강, 파랑, 노랑, 초콜릿색  동전보다 작고 반짝이며 반들반들한 위로 하얀 영어글씨가 쓰여있는 그 시절엔 쉽게 구할 수 없는 미제 초콜릿 M&M. 

얼굴을 베는 추위 속의 성탄절 이브, 유년부 성탄축하 발표회에 갔다가 미제 물건장사하는 엄마를 둔 친구에게서 얻어먹은 한 줌의 초콜릿,  아작하게 씹히며 카카오의 특유의 향과 달콤함이 입안에서 번져감이 아직도 잊을 수 없는 크리스마스의 설렘과 함께한 크리스마스의 맛이었다. 



1970년 산 오너먼트


미술대학입시 준비로 막바지로 달리는 와중, 다니던 화실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한다고 해 남녀학생 모두 저마다의 사복으로 단장을 하고 이젤과 석고와 기물들을 한쪽에 몰아놓고 석유곤로를 중심으로 둥그렇게 모여 앉아 기타 반주에 맞추어 부르던 ‘실버벨' 캐럴송.

어두움 속 드문드문 밝혀놓은 촛불에 반사된  상기된 얼굴들, 수줍은 듯 옅은 미소를 띠며 따라 부르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처음으로 이성의 본능을 자극했던 순간이었다.


파티가 끝나 집으로 돌아가려는 중 다른 여자 입시준비생이 자기는 자정미사에 참석해야 한다며 혹시 같이 가지 않겠냐고 제의가 와 처음으로 성탄미사에 참석해 마음이 설레었던 첫 크리스마스 데이트였다.



1982년 산 오너먼트


푸른 꿈을 안고 도착한 미국, 뉴욕에서의 첫 크리스마스. 교회에서 만난 교우들이  크리스마스 파티를 누나네 집에 모여서 한 다음 아직 12시 밖에 안 됐다며 헤어지기 섭섭하니  후러싱에  타코를 먹으러 가자고 제의해 이식이와 두 부부가 들뜬마음으로 ‘이식이 벤에 꾸겨 타고 달려갔다.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눈이 휘날리는 하이웨이를 달리는 옆으로 밝은 가로등이 클럽의 싸이키드릭 조명처럼 마음을 더욱 고조시킨다.  늦은 밤 생전 처음 먹어보는 타코를 먹고 이식이가 갈 때가 있다며 우리를 인도한 곳은 퀸즈칼리지 운동장.   그야말로 하얀 광장 소리 없이 함박눈은 내리고 그 추운 날에도 우리는 뜨거움을 느끼며  누구나 할 것 없이 동심으로 들어갔다.  시린 손을 마다하고  눈을 뭉쳐 서로 던지고 발목까지 쌓인 눈 위에서 뒹굴며 깔깔대고 소리 지르며 그야말로 오랜만의 희락을 느꼈다.  

외아들로 외롭게 지내다가 우리 부부를 만나 마음을 주며 그날 함께 즐겼던  이식이가. 그다음 해  대한항공에 탑승해 서울로 가던 중 소련기에 의한 격추로 유명을 달리한  아픈 추억이 서려있는 크리스마스였다.



2018년 산 오너먼트


큰딸 지니는 가끔 우리에게 특별한 여행을 제의한다.   크리스마스 계절의 서부 기차여행이다.

추수감사절 연휴를 맞아 오레곤주 포틀랜드 까지 기차로 갔다가 올 때는 렌터카로 돌아오는 계획이었다.

처음으로 하는 기차여행이라 더욱 들뜬 마음으로 옥스나드역에서 기차에 올라 낯익은 지역들의 풍경을 새로운 각도로 보며 여행을 시작했다. 지정된 좌석은 여느 기차와 다르지 않았지만 식당칸은 지나가는 풍경들을  환희 볼 수 있도록  지붕과 창문이 넓은 유리로 되어있어 조금이라도 풍경을 놓치지 않도록 신경을 쓴 배려가 엿보인다. 


산은 이제 막 가을의 막바지로 단풍이 떨어지며 갈색으로 물들이고 바다를 끼고 달리는 해변가는 탁 트인 태평양의 바람으로 조금 더 냉랭한 느낌의 파도가 모래밭을 적셨다 물러가고 함을 되풀이한다.

엘에이 큰 도시를 보다가에  잘 정리되고 유니크한 도시 포틀랜드가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 모두의 마음을 빼앗기에 충분했다.


오레곤의 울창한 숲길을 트레일 하며 지니와 매튜와 그리고 경준이 가족사이를 돈독히 하는 시간 가졌다.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카멜시티 에서의 아기자기한 시내 둘러보기, 빅서의 이름 모를 트레일의 너무 인상적이어서 다음에 다시 오자고 다짐까지 했다.

여행의 마지막 숙박지 파소로블레스!

어둑해질 무렵 도착한 파소로블레스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날은 추수감사절이 끝나는 주말로 이 도시 중심부에 자리한 공원에 커다란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과 더불어 캐럴 싱어롱이 있는 마을축제였다.

  온 동네사람들이 저마다 촛불과 준비된 악보를 가지고 삼삼오오 모여 키보드의 반주에 맞추어 “ 노엘 노엘 “ 따라 부르는 풍광이 클래식한 화풍으로 그린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는 듯했다.


카드 그림을 보며 상상으로 그리던 그 광경이 바로 내 앞에서 펼쳐지니 뭉클한 전율을 느끼며 캐럴을 따라 불렀다.   어렸을 적 감명 깊게 보았던 제임스 스튜어트가 주연 한 “It’s a wonderful life “ 가 나왔던 마을이 떠오르며 그 감명과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재현함을 느꼈다.  내 일생에 가장 아름다운  카드와 같은 크리스마스였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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