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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숨날숨 Apr 03. 2024

검진센터에서 종병으로.

못 먹어도 Go

곰돌이 푸보다 달달한 꿀통 들고 보낼

웨이팅 시기에 내가 택한 첫 일은

검진센터에서 근무하는 것이었다.


팀장님께 뽑은 신규들 중 가장 마음에 든다는 소리와

아줌마 선생님들에게

‘야무지다’,‘빠릿빠릿하다’ 등의 칭찬과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도


상황과 생각이 바껴

작은 임상이라도 빨리 기술을 배우고자

급하게 온 종합병원 입사 기회를

잡았다.


실은 요즘 간호계 상황은

나처럼 빨리 경력을 쌓고 해외에 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그다지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진 않다.


면접 본 종병 간호부장님이 말씀하시길,

현 의료계 상황이

자기 때 Imf 시절과 비슷하다고 하셨다.


웨이팅 1년이 넘어가 입사 취소를 겪거나

해당 시기에 채용 공고를 안 띄우거나

퇴직금 받을 수 있을지 걱정하거나


지금 이 시끄러운 상황이 금방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재직자 선생님들도 이 답답노답 상황을 1년은

지속될 거라고 보시는 중이다.


임상을 겪어야 현장을 알고

임상 경험이 있어야

내가 그렇게 관심 있는 의료통역 시험 및

crc 채용 과정을 준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빨리 미국으로 넘어갈 기회를 잡을 수 있는데


나한텐 이 상황과 시간들이

막막히 돌아가고 있다.


이 사태가 3달 안에 해결되지 못 한다면

이제 로컬조차 가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게

내 생각이었고


벌린 일들이 많지만

일과 공부를 병행하겠다는 마음으로

다음 주 부터는 정말 ‘간호’ 일을 하는

간호사가 되기로 했다.


다음 주 부턴

또 새로운 도전이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이럴거면 그냥 자대 병원에 3월부터 입사할 거 그랬나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타지 생활은 하고 싶지 않아서^^)


최근엔 일을 하다가

스트레스 받으면 이를 꽉 무는 습관이 생겼다.

턱에 과한 긴장이 들어가

결국 치과에서 25살(23) 나이로 턱 보톡스를

맞아야만 했다..!호우-!

(미용 목적 아니고 치료 목적인데 겸사 ‘미’도 얻은 뭐 그런..)


일과 공부를 병행하다가

둘 다 흐지부지 될 수도 있다는게

몸이 망가질 수도 있다는게

힘겹게 얻은 취뽀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게

내가 있는 상황의 어려움이지만,


최근엔 이 모든 것들에 대해

‘힘들다’라는 표현을 쓰는 대신

‘도전적이네 ㅋ’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힘들다라는 말이 내겐 이 상황들을, 부정적인 생각들을

견디게 만드는 것만 같아서.


대신에 ‘도전적이다’라는 말을 쓰면, 견딘다는 느낌보단 도전에 성공해서 성장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화투엔

‘못 먹어도 Go’라는 말이 있다.

실패가 있어도 강행한다는 뜻이다.


20대의 딱 중반에 온 지금,

20대 초반에 후회한게 있냐고 묻는다면

너무 좁은 시야와 극도의 안정성만 추구해서

나이의 장점을 잘 활용하지 못 했다는 것이다.

(물론 꾸준한 알바 경험 및 대외활동은 나름 일머리를

촥하고 길러준 거 같.)


20대 때 도전이 성공하면

이른 나이에 얻을 수 있는게  많고

20대 때 도전이 실패하면

30대 때 다시 복귀시킬 수 있다.

그리고 당시 최선을 다해 본 노력의 경험은

또 다른 성취를 위한 역량이 된다.


그땐 몰랐는데 지금 보니

나이가 주는 시간의 넉넉함은

꽤나 유리한 장점이자 스펙이 된다.


내 20대는 5년이 남은 지금(만 나이로 치고 7년으로 봐야지)

이런 저런 경험이 실패해도 좋고

성공하면 더 좋다는 생각으로

예전보다 덜 생각하고 일을 저지르고 다니는 중이다.


간호사라는 직업은

내가 내 입으로 ‘힘들다’라고 내뱉지 않아도

직업명만 말하면 다들 알아서 ‘힘들죠?ㅠㅠ’라고

위로해주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나는

이 힘든게 당연한 직업을

도전적인게 많은 직업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임상에 대해 엄청난 설렘을 지니는 건 아니지만


이 경력을 바탕으로 앞으로 해내갈 일들이 무척

기대된다.


이번 주엔 뉴욕보드 주로 엔클렉스 시험 자격을

신청할 예정이다.


해외에 나갔을 때

막상 못 버티고 돌아올 수도 있지만

못 먹어도 Go 아닐까 싶다.


그래도 ‘잘 먹는 고‘가 되길 바라며

턱에 힘 조금만 주고

잘 자야지.


쁑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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