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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숨날숨 Sep 11. 2024

부서 배치 받은 나의 초심 찾기

그 순간 내던지면 결과를 못 봐요


급작스럽게 웨이팅이 쭈욱 풀리면서

얼마 전부터 대학병원 신규가 되었다.


신규 2회차인 내가

잃고 싶지 않고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마음가짐을 좀 정리하고 싶다.


#1. 나는 환자가 있어서 존재하는 직업이다.


#2.환자한테 나는 ’신규‘가 아닌 그냥 ‘간호사’다. 때문에 더 많이 공부해야 하고 더 잘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신규라는 타이틀에 빠져있는 건 일에 나태함을 갖는 걸 합리화 할 뿐이다. ‘신규니까~’라는 말만큼 생명을 다루는 직업에 무책임한 말은 없다.


#3.같이 일하는 선생님들한테도 그냥 간호사여야만 한다. 신규가 온다는 건 그 신규 하나가 사고칠까봐 모두가 주의를 기울일 수 밖에 없는, 조직 내 피곤한 상황이다. 텃세에 기 죽지 말고, 또 지적이라 받아들이지 말고 짚어준다고 받아들이고 트레이닝 시간 때 받는 모든 교육에 감사하자. 어마무시한 연봉을 주는 것도 아닌데 그 누구도 자기 시간 내서 날 챙겨줄 의무는 없는 거다.


#4.어차피 다 내가 해야 할 일이니 트레이닝 때 많이 해보고 혼나야 한다. 물어볼 수 있는 거 다 물어보자. 욕을 들으면, 욕 먹을 만큼 무식했나보다 하고 더 공부하자. 학부 때 열심히 하지 않는 것의 대가다.


#5.내가 무슨 일이 생길 때 도움 받는게 선임이다. 선임의 일, 막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돕자.


#6. 신규 때 선임 쌤한테 의존하지 말자. 어차피 독립하면 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다. 도움 받다 보면 내 일이 안 는다.


#7.어차피 간호사를 할 거면 이겨내야 하는 고비다. 이전처럼 이겨내면 된다.


#8.나는 고작 일을 하러 가는 거지만 적어도 이 시기에 대병까지 올 정도의 사람들은 정말 자기 목숨 걸고 오는 사람들이다. 더 책임감을 갖고 잘 해야 하고 하나라도  완벽하게 해야 한다.일을 체크리스트 마냥 하지 말자.


#9.힘들다는 말보다 상황이 ‘도전적이네’라는 표현을 자주 쓰자.


#10.보람없다고 느끼는 순간들도 있겠지만 당연한 건, 보람있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반드시 온다는 거.


#11.욕 먹는게 두려워도 환자 생각하면 물어보고 다시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혼나면서 배우는게 편하기도 하다..


#12.아는 만큼 할 수 있고 보인다. 내가 꾸준히 공부 해야 하는 이유다.


#13.감정이 희미해지더라도 내가 시간 들여 세운 중심은 잃지 말자.


#14.어딜가나 또라이는 한 명씩 있다. 상황이 그 사람을 저렇게 만들었나보다 생각하고 넘기자. (호르몬 탓을 하든지)


#15.일은 피아노 치는 것과 같다. 시간을 오래 들이다보면 잘 치듯이. 힘들다고 그 순간 내던지면, 결국 결과를 못 본다.


#16.교대근무다. 뒷 사람이 편하게 일을 하자. 그 시간 대 루틴 업무는 무조건 해야만 하는 거다.


더 느껴지거나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다면

이 글은 쭉 수정해가며 적을 거 같다.


아무튼


이제는 실전이다!

아무래도 신규니 이렇게 병동에 있을 거 같지만,

그래도 잘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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