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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로 Nov 14. 2023

수련일지 1

오늘은 오전 아쉬탕가.


 잠들기 전 확인했을 때는 분명 신청 인원이 3명이었는데 도착해 보니 나와 선생님 둘 뿐이었다. 이곳 요가원을 다닌 지는 이제 3주 차, 60분간 선생님의 두 눈이 향할 곳이 오직 겨우 나 하나라니. 수련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물 흐르는 듯이 호흡하는 것. 앞의 문장은 개인적인 생각이다. 호흡에 집중하면 자연히 그 이상의 생각으로 나아갈 수 없고 오로지 호흡만. 들숨에 업독. 날숨에 다운독.


 걱정과 달리 90분이 훌쩍 지나있었다. 마지막 20분은 요가에 대한 선생님의 이야기. 수강생이 혼자이기에 누릴 수 있는 특권. 나의 척추는 꽤나 오래전부터 무너져 있었고, 선생님 눈에 들킬 수밖에 없었다. 척추를 세워야 하는데 애꿎은 어깨만 펴고 있으니 승모근은 항상 피곤할 수밖에. 어디에 힘을 줘야 하는지 모르니 다른 곳이 대신 고생한다. 내 어깨는 연대책임의 최대 피해자.


 아쉬탕가 수련 마무리에는 우르드바 다누라 아사나가 항상 껴있다.  수련 때는 머리를  가눴다. 엉덩이와 등을 먼저 떼고, 어깨를 들어 올림과 동시에 정수리를 바닥에 닿게 하라는데 대체 머리는  여기에 있는지?  몸이지만 말을 전혀 듣질 는다. (내 것이라고 해서 내 말을 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잘못됐을지도.) 여태 팔힘이 없어서 자세가  되는  알았는데, 사실  자세는 하체에 들어가는 힘이 80이라고 하셨다. 다시 자세를 고쳐 잡고 허벅지에 힘을 주니 이전보다 조금  가볍게 머리가 들릴락 말락한 상태가 되었다. 수련에서 중요한   번째, 꾸준함. 되든  되든 꾸준하게 우르드바를 연습하다 보면 언젠가는 벨트 없이도 해낼 것이다.


 월요가를 1년 넘게 했음에도 새롭다. 몸에 대해 제대로 이해를 시작하는 느낌. 벨트 없이 오로지 자신의 신체만으로 몸 곳곳을 감각하고 깨우치고 원상태로 돌려놓는다. 얼마나 걸릴지는 아무도 모르고 꾸준하게 하다 보면 언젠가는. 수련은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저 호흡. 의식적으로 가슴을 부풀리고 내뱉으며 호흡을 멈추지 말 것. 땀 흘리는 자신을 뿌듯해할 것.


 오늘도 나마스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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