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상당히 열정적인 사람이다. 아니 그런 사람이었다.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려고 했다. 내 욕망은 항상 높은 곳을 바라보게 했다. 그래서 열정이 넘쳤다. 하지만 세상은 열정만으로 살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검사로 일하면서 정말 열정적으로 일하는 동료, 선후배들을 많이 봤다. 하지만 그 열정이 식었을 때 큰 차이를 보이는 사람을 봤다. 열정이 식었을 때의 퍼포먼스가 수준 이하로 떨어진다. 도대체 그 열정은 다 어디로 갔을까?
그 사람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열정이 식었을 때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가에 달렸다. 수영장에서 누가 수영복을 입고 있지 않는지는 물을 빼보면 안다고 누군가 말했다. 맞다. 열정이 빠진 상태가 진짜 그 사람이다.
로펌대표로서 사람들을 뽑아보니 정말 그렇다. 면접 볼 때 그 열정적인 태도만을 보고 뽑았다가는 1년도 되지 않아 실망하기 십상이다. 아니 그 사람이 알아서 지쳐서 나간다. 면접 볼 때 '열정이 좀 부족해 보이는데, 그래도 함 지켜보자.'라는 마음으로 뽑은 사람이 평균적으로 더 나은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 자리를 오래 지킨다. 꾸준한 성장이 눈에 보인다.
열정보다는 인내심, 꾸준함, 창의성이 인생을 더 풍요롭게 한다.
정말로 열정적인 사람도 한 분야에서 몇 년 동안 동일한 열정을 보여주기는 힘들다. 따라서 열정이 식었을 때도 수준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나만의 시스템을 가져야 한다.
검사로 일할 때 꾸준히 일 잘하고 평가 잘 받는 사람들의 특징이 있다. 로펌도 마찬가지다. 열심히 한다면서 사무실에 간이침대 갔다 놓고 밤새면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몇 달 동안의 퍼포먼스는 훌륭하다. 하지만 나중에는 얼굴에 초췌함이 묻어난다. 성장곡선을 급하게 탔다가 금방 하강곡선을 타게 된다.
일 잘하는 사람은 자신만의 시스템을 갖고 있다. 시간관리 시스템. 체력관리 시스템. 마인드관리 시스템. 미래관리 시스템. 이런 자신만의 시스템으로 무장해야 한다. 자신만의 무기창고를 갖고 있어야 한다.
지금 하는 일에 별 관련성이 없어 보여도 미래변화를 예측해 관련 기술을 배워둔다. 그것이 작은 것이라도 꾸준히 한다. 그 작은 기술 몇 개가 나중에 엄청난 시스템을 만든다. 인생 안전판이 된다. 성장판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안전판과 성장판은 인생이 평온할 때 준비해야 한다. 위기 상황에서 그런 시스템을 만들기는 어렵다. 일단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맹수가 뒤에서 쫓아오는 데 한가하게 길 옆에서 창을 만들고 있을 수는 없다. 그냥 달려야 한다. 준비시간이 없다.
매일 하는 일이 바쁘지만, 새벽에 어학을 배우고, 저녁에 코딩을 배우고, 그리고 남는 시간에는 독서모임, 개발자모임에 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만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람들이다. 열정이 식어도 평균 이상의 삶을 지속하게 해주는 시스템을 가져야 한다.
"나는 항상 열정적이야. 나는 항상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절반은 거짓말이다. 인간은 그렇게 설계되지 않았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구성원들만의 열정만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그 열정은 언제나 배신하게 되어 있다.
열정이 식을 때를 미리 준비해놔야 한다. 열정이 넘칠 때가 바로 그 타이밍이다. 에너지가 넘칠 때가 바로 그 타이밍이다. 그때 나만의 시스템을 구축해놔야 한다.
글쓰기 기술, 스피치 기술, 인간관계 기술, 심리 기술, 코딩 기술, 마케팅과 브랜딩 기술 등등 나만의 시스템을 구축할 기술들이 많다. 다 갖출 필요는 없다. 2-3개면 충분하다. 그리고 완벽할 필요는 없다. 가장 중요하다. 완벽할 필요가 없다. 이만저만한 수준으로 꾸준하게만 만들어 놓으면 된다. 그러면 알아서 세상이 완전함을 갖추어 준다. 결국 써 놓고 보니 '퍼스널 브랜딩'을 하라는 말이 됐다. 내 정체성을 제대로 만들어 놓으면 된다. 정체성은 하나 일수도 있고, 둘 일수도 있다.
내가 만든 시스템은 당연히 엉성하다. 하지만 한 번 만들어놓으면 점점 촘촘해진다. 시간이 갈수록 기술이 늘고 인맥이 늘어난다. 일단 6개월 시스템을 목표로 한다. 그 기간만 넘기면 3년 시스템 구축은 저절로 된다. 3년 동안 만들어진 셀프시스템은 내가 열정이 없는 사람이 돼도 굴러간다. 나를 먹여 살리는 기계가 된다.
인생이 자동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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