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헤어진지, 대충 5-6개월 정도가 지났다.
그날은 여느 때처럼 영화를 보고, 적당한 곳에서 밥을 먹으며 소주 한 병을 시켜서 나눠 먹었다. 그는 처음 헤어질 때 했던 '베트남 정착'에 대한 이야기를 또 꺼내었다.
'올 것이 왔구나'
첫 이별에서도 들고 왔던 핑계였기에 두 번째로 들었던 그날은 그리 놀랍지가 않았다.
"베트남에 친구가 있어. 의류 물류 사업이나 카페 사업 하는 걸 도와주겠대."
'너는 이마트에서 옷 사입고, 커피는 입에도 안대고 카페가면 매일 아이스초코만 찾으면서 의류 물류에 카페?'
마지막까지 그의 자존심이 상할까, 그 말을 내던지지 못했다. 그날까지도 나는 병신같았다. 면전에다 대고 그 얘기를 해줬어야 했는데. 그러지를 못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내 차가 주차되어 있는 그의 아파트 지하 주차장까지 갔다. 술이 취한 그는 피곤해했고, 나는 그 순간까지도 이 관계를 봉합하고 싶어 안간힘을 썼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 멈췄어야 했다. 여름의 어느 날, 후덥지근한 내 차 안에서 취한 사람을 붙들고 그렇게 애를 쓰면 안되는 거였다. 결국 맨정신에 이야기를 마치자고 하고 대리기사를 불러서 집으로 왔다.
그게 우리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우리의 첫 만남도 주차장이었다.
부산국제영화제 출장을 가야 하는 날. 다녀와서 처음 그를 만나기로 했는데 공항에 가야 하는 나를 위해 그가 조퇴를 하고 굳이 사무실로 찾아왔다. 우리는 내 비행 시간까지 한시간 반가량을 남겨두고 김포공항 주차장에서 여러 대화들을 나눴다.
첫 만남이 주차장이어서였을까. 우리의 마지막도 주차장이었다.
나는 아직도 그 주차장에, 그가 나를 데리러 와서 처음 만났던 그 자리를 매일 지난다. 그때가 떠오르면 나는, 우리가 정말 사랑했는지, 그리고 이 이별이 정말 마지막인지 현실감이 없어진다. 그리움일지 외로움일지 아니면 또 다른 무언가일지 모를 감정들이 매일 그렇게 나를 휘감는다. 그 자리를 볼 때마다 내가 어떤 기분일지 그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우리의 마지막이었던 그의 아파트 주차장을 그도 매일 지날테지. 그의 기분을 나도 모르고.
이별이란 이렇게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감정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