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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시드림 Jan 22. 2024

우리는 완벽하게 헤어졌을까.

#7. 우리는 완벽하게 헤어졌을까.



그와 처음 헤어졌을 때, 나는 그 날이 또렷이 기억나는데 당시에는 이게 끝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만큼 내게 그 날의 이별은 현실성이 없었다. 


"나는 우리가 이렇게 끝이 날 것 같지가 않아."



그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상태로 내 손가락을 하나 하나 매만졌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그때도 지금도 (솔직히)모르겠다. 잡아야겠다는 생각으로 한 말은 아니었다. 정말 머릿속으로 그게 끝이 아닌 것 같아서 내뱉어진 말이었다. 그때의 나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하지 않았을 말이기도 하다. 그냥 너를 지키라고, 네 자존심을 지키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그 때로 돌아가도 똑같이 그러리라는 것을. 


"미래가 그려지지가 않아."


궁금했다. 왜 나와의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다는 것인지. 나는 지금까지 그 누구보다 미래가 그려지는 여자라고 생각했다. 결혼 상대자로 나만한 사람이 없다고 자만하고 살았다. 그저 내 자의로 비혼을 택했고, 연애는 해도 결혼은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달랐다. 결혼을 하고 싶어했고, 아이도 원했다. 그를 만나면서 내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음을 내가 너무 늦게 알려줘서일까?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나는 이 이별에 또 내 탓을 하고 있었다. 그게 내 영혼을 좀 먹는 줄도 모르고 그랬었다. 


이별 후 두어달이 지났을까.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단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서 그에게 연락했다. 왜 내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다고 한 것인지 이유를 알려달라고. 


그는, '네 미래가 아니라 내 미래가 안그려진다는 말이다'라며 눙쳤다. 더 이해 할수가 없었다. 정말 그게 이유라면, 너는 내게 결혼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라고 하면 안되는 거였다. 아이를 갖고 싶다는 얘기도, 가정을 꾸리면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얘기도 하면 안되는거였다. 우리 부모님께 인사하러 가는 일 따위, 본인의 집에 나를 데려가는 행위 따위는 하면 안되는 것이었다. 


헤어지고 난 뒤 우리는 다시 만났다. 나는 네가 나와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그러니 네 마음을 돌릴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다. 역시 그러면 안되는 것이었다. 똑같이, 똑같은 이유로 헤어질 게 뻔했는데... 우리가 완벽히 이별했다는 생각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 했던 잘못된 선택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또 몇달간을 그렇게 만났다. 당연히 처음과는 달랐다. 나는 그의 심기를 건드릴까 전전긍긍했고, 나답지 않게 눈치를 봤다. 헤어지면 그 길로 소개팅을 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던 내가, 인생에 처음으로 그를 붙잡고, 재회를 하고, 더 큰 상처를 얻었다. 






그렇게 우리는 두 번째 이별을 맞았다. 

사실 두 번째 이별도 현실성이 없었다. 

이게 맞는건지, 정말 헤어진건지, 너는 정말 나를 놓을 수 있는건지...



우리는 완벽하게 헤어졌을까.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그 때의 그 이별이, 완전한 이별이었는지를.. 

그런 방식으로 서로에게 생채기를 내며 헤어진 우리가 다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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