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내 나이 스물두 살, 대학교 2학년.
봄볕이 따스한 어느 날
출근시간이 지나 빈자리가 많은 버스 안이었다.
학교로 가는 빨간색 시외버스를 타고 가는데
창으로 들어오는 따가운 햇빛에
나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그때였을까.
알 수 없는 행복감이 마음 깊은 곳에서 몰려오며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이대로 나도, 부모님도, 내 친구들도 더 이상
나이를 먹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절대로 멈출 수 없는 시간과 젊음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래서 그것들을
절대로 아무렇게나 흘려보내면 안 된다는 것을
학교로 향하는 버스 안으로 내리쬐는 해가
알려주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어떤 수를 써서라도 멈추고 싶던
시간과 나이는 야속하게 계속 흘러갔고
나도, 부모님도, 친구들도 같이 나이를 먹었다.
웅장하고 때로는 무모해 보이기까지 하는
미래를 그리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현재의 안정과 남은 인생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지 생각하는 시간이 늘었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가 어렴풋이 남지만
결코 모든 걸 할 수 없다는 걸 안다는 것도
세월이 주는 가르침 같다.
우주에서 보면 인간은 먼지라고 부르기 조차
민망할 정도로 작은 존재인데,
그 존재들끼리 서로 질투하고 미워하고 싸우는 모습이
하찮고 의미 없게 느껴진다.
어느 나라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든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우리는 지구를 벗어날 수 없으며, 현재를 살 수밖에 없다.
지나간 과거와 잡을 수 없는 미래에 매달리기보다
현재 내 옆에 있는 사람, 소중한 존재,
그리고 나를 채워주는 활동을 하며
정신적으로 안정되고 즐거운 삶을 살아가고 싶다.
제목 사진출처: 직접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