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불현듯 자주 한국에 가고 싶어 졌다. 아마 날씨가 추워지는 탓인 것 같다.
겨울로 접어드는 이맘때면 손발이 얼어붙으면서 한국의 따뜻한 집, 엄마의 따뜻한 밥 그리고 친구들과 나누는 따뜻한 수다가 그립다. 독일생활 매년 찾아오는 감기 같은 증상인 걸 알지만 벗어나기 쉽지 않다.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공항이 있고, 당장이라도 표만 끊으면 내일모레 한국에 도착하는 환경인데도 행동으로 옮길 수 없는 상황이 그저 원망스러워서, 엄마한테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국 가고 싶은데, 너무 짧아서 아깝겠지? 부족한 휴가라도 긁어서 갔다 오면 후회하겠지?"
마음속에서 갈까 말까 두 가지 의견이 갈피를 못 잡고 흔들렸다.
그런 딸의 모습이 내심 맘에 걸리셨는지, 자고 일어나니 엄마한테 이런 문자가 와 있었다.
"비행기 티켓값 줄 테니까 집에 오고 싶으면 왔다 가."
이모티콘 하나 없는 짧고 담백한 문자였지만 보자마자 내 마음은 눈 녹듯 녹아내렸다. 비단 티켓값 때문에 못 가는 게 아닌 걸 아실 텐데도 혹시 돈 때문에 못 오나 싶어 티켓값 주신다는 말을 보고, 부모란 무엇이고 자식은 부모에게 어떤 존재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했다.
다 키워 공부시켜놓고, 경제활동하고 결혼까지 한 딸인데도 부모님한테 나는 평생 아이인가 보다. 아이같이 보채나 싶어 이제 그러지 말아야지 싶다가도, 세상에서 내가 유일하게 모든 속내를 가감 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게 부모님이다 보니 엄마 아빠 앞에서만은 아닌 척 괜찮은 척 싫은데 좋은 척하고 싶지 않다.
부모가 되어보지 않았는데 어떻게 부모의 마음을 알 수 있을까. 어쩌면 나는 그 무한한 마음을 가질 자신이 없어서 부모 되기를 망설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제목 사진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