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현대인들의 뇌는 짧은 콘텐츠에 절여져 있다.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등이 바로 이런 숏폼과 현대인들의 짧아진 참을성에 기여한 선두주자들이다. 1분 미만 영상에 중독된 사람들은 10분, 20분짜리 영상조차 보기 힘들어서 요약해 달라는 요청을 올린다고 한다.
도대체 어디까지 콘텐츠를 줄여야 하며, 쪼그라든 옷처럼 줄어든 콘텐츠에 얼마나 양질의 메시지를 담을 수 있을까? 설령 압축전달한다한들 그게 제대로 전달되기는 할까? 뭐든 급하게 먹으면 체하는 법인데.
그나마 글로 된 콘텐츠는 영상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아직까지 뉴스는 영상보다 인터넷 기사로 '읽는' 사람이 많고, 브런치나 블로그에선 딱딱하지 않으면서 긴 호흡의 글이 많아서 상상력도 자극하고 짧아진 현대인들의 참을성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인스타그램에 '스레드(Threads)'라는 새 서비스가 등장하곤 생각이 바뀌었다.
@를 연상케 하는 로고가 인상적인 스레드는 인스타그램이 론칭한 글 기반의 플랫폼으로, X(구 트위터)같이 짧은 글과 사진을 공유한다. 인스타그램 사용자라면 바로 연동시켜 사용할 수 있으므로 스레드는 이미 많은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인스타그램이 사진과 영상으로 도파민 분비를 자극했다면, 스레드는 글로 자극한다. 세계 여러 나라에 사는 이용자들은 짧은 글로 자신의 생각과 일상을 공유한다. 여기서도 팔로워 수가 중요한지 다들 '스팔(스레드 팔로잉)' 하자는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스레드를 처음 접했을 때 나는 그야말로 전 세계적인 거대한 댓글 창을 보는 것 같았고, 수도 없이 올라오는 글 중 몇몇은 사진이나 영상보다 자극적이고 재미있었다.
손가락을 한 번 쓸어내릴 때마다 수 십 개의 글이 지나가는데 보통 2줄 이내로 짧고 임팩트 있는 글의 반응이 좋았다. 짧은 글쓰기를 연습할 목적으로 사용한다면 꽤 괜찮은 도구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결국 글조차 숏폼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숏폼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너무나 거대한 흐름이어서 마치 긴 호흡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이 물결에서 도태되고 있는 느낌마저 들었다. 여기도, 저기도 도파민을 분비시키는 것들로 가득 차 있으니, 현대인들의 집중력 저하는 단순히 참을성 없는 개인들의 탓으로 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도 누군가는, 적어도 나만큼은 긴 호흡과 구상으로 정성 들여 글을 쓰는 사람들이 사라지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아직은 사람에게 더 가치 있는 경험을 선사하는 건 직접 체험하고, 깊게 생각하고, 얼굴 마주 보고 살아가는 삶 속에서 천천히 만들어지는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제목 사진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