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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을 바꾸려고 떠나는 여정

by 가을밤

2024년 상반기에만 약 2000만 명이 해외여행을 다녀왔을 정도로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은 해외여행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높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 속에서도 당당하게 "해외여행을 왜 가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반대 의견을 표명하는 사람들도 있다.


여행을 가는 사람, 가지 않는 사람 모두 존중받아야 할 의견이다. 다만, 여행을 선호했고 지금도 종종 다니는 사람으로서 반대 의견이 궁금하여 이유를 찾아보니, 대부분 '귀찮고, 불편하고, 음식 안 맞고, 지출이 크고, 크게 경험하는 게 없는 것 같아서' 등이 나왔다. 나 역시 일부 전적으로 공감한다. 익숙한 내 나라를 떠나면 집을 나온듯 많은 부분이 불편하고, 불편함을 줄이려면 생각보다 많은 돈을 써야 한다. 또한 여행을 통해 무언가 대단한 것을 얻으려고 기대하면 실망할 확률도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녀노소 여행을 떠나는 이유를 나는 <배경을 바꾸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여행을 가면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시내에 나가는 등의 아주 일상적이고 당연한 루틴의 배경(환경)이 완전히 바뀐다. 뭔가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배경을 바탕으로 익숙한 행동을 하는 나를 보면 스스로가 굉장히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일상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마치 다른 세상이나 전생에서 겪었던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나는 여행의 매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를 간다고 가정하면 단순히 대성당이나 쁘띠프랑스 같은 관광지를 '도장깨기' 하러 가는 게 아니라, 그곳을 걷고, 걷다가 지치면 쉬고, 지나가는 아이에게 인사하고, 강아지와 산책하는 주민들을 보고, 커피를 마시는 등의 아주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단 한 가지 다른 건 "배경이 바뀌었다"는 점뿐이지만 그 안에서 굉장히 다양한 감정과 생각이 일어날 것이다.


모든 게 낯선 언어와 풍경 속에서 어쩌면 우리 뇌는 새로움이라는 자극과 함께 행복감을 만들어낼지도 모른다. 즉, 여유롭고 자유로운 여행은 단순 일상탈출이 아니라, 일상의 재해석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능하면 방문 가능한 도시의 개수가 적더라도 슬로우 여행을 추천하는 편이다.




얼마 전 한 달 가까이 유럽 자유여행을 하고 가신 부모님께서는 '독일 소도시 시내 노상카페에서 맥주 한 잔 마신 것',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포르투의 골목을 걷던 순간', '강물에 햇빛이 반사될 정도로 화창했던 날의 산책' 등을 가장 여운이 남는 순간으로 꼽으셨다.


대단한 장소나 비싼 음식보다 가만히 머무는 순간에서 ‘아, 내가 다른 세계에 와 있구나’ 하는 실감을 하게 된다. 그래서 여행은 누군가에게는 귀찮은 일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재시작의 출발점이자 전환점이 되어주는 것 같다.


제목 사진출처: 직접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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