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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 집 값 걱정한다고?

by 가을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곤 한다. "한국인들은 보이는 것에 너무 집착해", "한국은 집 값을 너무 신경 써", "한국인은..."


이 말은 마치 전 세계에서 다른 나라 사람들은 전혀 안 그러는데 한국인만 갖고 있는 특징처럼 들린다. 하지만 실제로 외국에 살아보면 어디든 다 사람 사는 곳이고, 사람 사는 데는 정도만 다를 뿐, 비슷하다는 걸 경험하게 된다.


심지어 자가보유율이 반도 안되는 독일이라도, 집 가진 사람들은 집 값을 계속 신경 쓰고 있다(물론 투자목적으로 부동산을 구매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겉으로 티 나게 드러내지 않을 뿐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다.




작년즈음, 아파트에 작은 결함이 있었다. 독일 신축에서 흔히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로, 개런티 5년 안에 문제가 해결되면 큰 문제는 없다. 여담이지만 독일 신축 아파트 퀄리티는 '우리가 희망하는 수준만큼' 높지 않다. 농담으로 화장실 변기 버튼이 제대로 달려 있으면 한시름 놓으란 말도 있으니.


아무튼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몇 집주인들이 단톡방에서 토론을 하기 시작했고, 그중 누군가가 '이 문제를 세입자들에게도 알리자'는 의견을 냈다. 실제로 문제를 겪고 있는 당사자는 집주인이 아니라 세입자들이기에 실거주자인 내 입장에서 봐도 알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일부가 이를 강하게 반대했다. "쓸데없는 말 해서 괜히 집 값에 영향 준다"며. 돌려 말했지만 그 말은, "괜히 소문나서 집 값 떨어지면 안 되니까 입 다물어라."는 뜻이었다. 솔직히 큰 문제도 아닌데 이런 반응이 나와 대화를 지켜보던 나는 흠칫 놀랐다. 결국 그 문제는 약 반년 가까이 집주인들끼리만 활발히 토론되다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관리 회사에서 일괄적으로 모든 세입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알리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겪은 일도 있었다.


누군가가 단톡방에 "환풍기 교체용 필터 있냐"라고 물어보길래, 내가 하나 공짜로 주겠다고 연락했다. 지난번에 많이 사놓기도 했고, 얼마 되지도 않는 거 이웃끼리 괜히 돈 받기도 애매했기 때문이다. 원하면 여러개 싸게 사가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런데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른 답이 돌아왔다.


"제가 사용할 게 아니라, 우리 세입자가 필요하다고 연락와서요. 우리가 산 다음 청구할건데 대충 얼만지 궁금해서 물어봤어요. 호호호."


남 일에 상관할 바는 아니라 그걸로 대화는 마무리 됐지만, 참 그거 5유로도 안되는 거 하나하나 청구하겠다고 하는 게 참 피곤하고 야박하게 느껴졌다. 이건 내가 한국인이라서가 아니라, 보통 150~200유로 이하로 해결될 일은 세입자가 알아서 처리하고 집주인은 과정 및 결과만 통보 받는게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말은 세입자를 통해 단 돈 1유로라도 추가 수입을 올릴 예정이니 괜히 신경쓰지 말라는 뜻이었다.


제목 사진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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