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현석 Nov 24. 2023

 눈 돌아갑디다.

욕심

  안과 병원 진료가 목요일인 줄 알고 부인과 함께 차를 몰고 서울로 가자고 했다. 곧 이사 갈 부인 언니네 집에서 생활하고 있는 딸들 옷가지, 덜 필요한 물건들을 정리 및 버릴 겸 겸사겸사 서울로 올라갔다. 언니네 드리려고 시장 가서 도치, 미역, 젓갈류들을 사 가지고 아이스박스에 잘 쟁여 두었다.


 서울 가는 차 안에서 부인이랑, 인생 삶에 관한 이야기, 동료 이야기, 딸들 이야기, 교육 이야기들을 하며 가니 어느새 서울이다. 부인 언니네 집에서 대충 딸 짐들을 챙겨 놓은 후 대형마트를 갔다. 


 평일인데도 지하주차장에 들어가니 차선에 줄이 길다. 새치기하는 차를 본 주차 안내원들이 차 빼라며 다시 돌아 줄 서라고 안내도 한다. 주말에는 더 길며 1시간 정도 도로에서 기다린단다. 지하 주차장에 들어서니 물건 담는 쇼핑카트가 여느 마트 쇼핑카트보다 크기가 남다르다. 마트 안에는 사람과 쇼핑카트로 복잡하다. 연어, 바나나 등을 집어 담고 몇 바퀴 돌고 나니 쇼핑카트에 한 가득이다. 비교적 저렴한 것처럼 보여 당장 사용하지 않은 물건까지 사니 큰 쇼핑카에 한가득이다. 


 대형마트에서 쇼핑하다 보면 눈이 사고 싶어 안달이 났다. 손은 자연스럽게 물건 집어 쇼핑 카트에 놓고 눈은 다른 물건들을 바라본다. 충동 욕심들이 막 솟구치며 그냥 주워 담는다. 계산할 때 보니 평소 마트에 장 볼 때 보다 엄청 많이 나왔다. 


                             "3개월 할부요." 


 빚이다. 무이자 할부라고 해도 물건값 보니 돈이 왕창 나가는 것 같다. 집에 와 낑낑대며 물건을 나르니 허탈하기까지 하다.


 톨스토이가 쓴 <악마와 빵 한 조각>에 대하여 "느낌의 0도"의 작가인 박혜영 가난이 아닌 풍요에서 결핍이 아닌 잉여에서 인간이 타락된다며 필요를 넘어선 물질은 악마의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과잉은 인간의 욕심을 드러내고 더 욕망들을 부추긴다. 물건을 무작정 쇼핑카트에 담아 놓을 땐 행복하고 뿌듯해했지만 계산 후 행복보다는 다음에 못 사고 눈여겨본 것들. 한 번 더 와서 사야겠다는 미련만 남았다. 

작가의 이전글 고니와 백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