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함과 고결함
∣ 얼마 전 페이스북에 영랑호에 고니가 찾아왔다는 소식을 보았다. 2019년 1월, 추운 겨울 영랑호를 돌다가 고니와 백로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어 글을 써본다.
∣ 영랑호에서 보았던 백로는 대백로로 백로과 중 몸집이 가장 크고 아름답다 한다.
∣ 부인과 아침 운동으로 6km 정도 되는 호수 한 바퀴를 돈다. 아침 영랑호 찬 기가 콧속과 양 볼을 사정없이 때렸다. 호수 한가운데에서 3마리의 고니가 쉬고 있다. 차게 느껴지는 푸른 호수에 앉아 추운 기색 없이 유유히 우아하게 떠다니는 고니를 보고 음악가와 작가는 음악으로 글로 고니를 찬양한 것 같다.
∣ 동화에서는 미운 오리 새끼는 역경을 이겨내고 새하얀 고니의 왕자 모습으로 품격 있게 만들어 버렸다. 새 하애서 그런가 아니면 크기가 커서 그런가? 인간은 고니에게 깔끔하고 고결하며 우아함 품성의 영혼적인 상을 그려 놓았다.
∣ 우리나라에서는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말라며 까마귀에게는 시커먼 흉악스럽고 음침한 영혼의 상을 만들어 놓았다. 반면 흰색의 백로를 통해 영혼은 맑고 깨끗하고 고결함을 지니기를 바랐던 것 같다. 고니는 서양에서 우아한 새라면 백로는 우리나라에서 고결한 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니보다 희고 깨끗한 백로가 쉽게 보였기 때문에 고결한 선비의 상징으로 여겼을 것이다.
∣ 햇살이 호수를 비추며 3마리의 고니는 물속만 바라본다. 영랑호 반쯤 더 돌자 호수는 햇빛에 반사되어 은빛으로 빛이 난다. 고니 3마리는 보이지 않고 차가운 겨울밤을 함께 모여 추위를 견뎌낸 흰색의 백로 떼가 목을 움츠리며 움직임도 없이 잔뜩 목을 최대한 움츠리고 햇빛만 쬐고 있다. 겨울이라 그런가? 품격은 추워 움츠린 백로보다는 도도하고 물 위에 떠 있는 고니가 더 멋져 보였다. 눈에 보이는 겉모습으로는 큰고니가 으뜸이겠지만 영혼적 상으로서 바라볼 때는 우아함보다 고결한 백로가 더 마음이 간다.
∣ 미세먼지로 온통 난리였다. 그나마 속초는 듬직한 태백산맥이 먼지가 넘어오지 못하게 막아주고 있다. 울산바위, 대청봉도 잘 보이는 추운 아침, 서양과 우리나라에서의 우아함과 고결함의 상징인 고니와 백로를 통해 나도 우아하게 걸어 본다. 새들에게서 보인 영혼적 특성인 고결하고 우아함을 느낀, 소중한 가치로움들을 지니며 살아야겠다. 햇살이 걸어가는 우리 부부의 모습을 따뜻하게 비추어 주었다. 우아하고 고결한 정신이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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