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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현석 Dec 02. 2023

이별하며 살아가는구나

밖은 아직 어두컴컴하다. 부지런히 밥 해 먹고 설거지 정리 후 방정리 한다. 병원에 부인이 있는 후 나는 특이한 버릇이 생겼다. 이불도 정리, 주방도 정리, 내 서재도 출근할 때 정리하는 일이다. 출근 전 집안 한 바퀴 돌아본다.  부인이 쓰러 진 후 나도 어떻게 될지 몰라 집 안이라도 깨끗이는 아니더라도 정리라도 해 놓자 이다.


명퇴하기 한 달 남았다. 퇴직 후 이 생 마감하는 날까지 다른 간병인 안 쓰고  내가 부인 간병하려 한다.


'가만있자. 한 달 후 내가 간병하러 가고 나면 아무도 없는 텅 빈 집에 있는  저 화분은 어쩐다. 내 없는 사이 물 줄 사람도 없는데. 그럼 저 살아있는 식물은 어쩌지? 그냥 말려 죽일 수도 없고.'


부인이 병원에 있는 후로 살아있는 것에 관심을 가진다. 교실 화분도 귀찮아 물도 잘 안 주던 내가 부인 때문에 물도 자주 주고 식물에게도 말도 건다.


'잘 자랐으면 좋겠어요!'


오늘 새벽, 화분 3개를 차에 실어 놓고 옷을 입은 다음 집 안 정리하고 출근한다. 7시라도 밖은 좀 어둡다. 학교 현관 앞까지 차를 몰고 화분을 내려놓은 후 주차장에 차를 대었다. 버스 주무관도 출근하여 버스에 시동을 걸어 놓는다. 


1학년 교실에 불을 다 켜주고 연구실에 들어가 커피물 올리고  커피를 내릴 준비를 다하고 화분을 교실로 옮겨 물을 준다.

' 저 화분을 어디에 두면 좋을까? 누가 물을 잘 줄까?' 이런저런 생각하다 8시가 되었다. 커피를 내리고 한 잔 마신 후 교실로 오니 사서선생님이 오신다. 코로나 걸리셔서 며칠 만에 나왔지만 그래도 힘들어 보이신다. 


"선생님, 혹시 도서관에 화분 필요하지 않나요? 제가 방학이 되면 집에 화분을 기를 수 없는 일이 생겨 학교에 놔두면 누구라도 물을 줄 것 같아 가져왔는데."

"그럼 저 주세요, 잘 키울게요"


도서관 안은 아이들 책 반납하고 빌리느라 북새통이다. 화분을 들고 어느 곳에 놓으면 좋은지 살펴보다 햇볕 잘 드는 창가를 발견하고 화분 올려놓았다. 부인이 집에 있을 때도 온전하게 잘 자란 화분을 떠나보내려니 마음 아프다. 김광석 노래가 생각났다. 화분 놔두고 돌아오는 길 마음 왠지 짠하다. 


조금씩 잊혀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 김광석/ 서른 즈음에 중에서 -


나이 들어 노래 가사말을 읽고 마음 와닿는다면 늙었다는데(인생의 의미를 알아서 그런가?), 이젠 내 삶도 매일 조금씩 나의 곁에 떠나보내는 이별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한 달 후면 평생 교사로서의 삶과 그와 관련된 것들인 칠판, 분필, 옛날이야기 책, 리코더, 직조틀, 색실, 평생 아이들과 함께 사용했던 교육도구들.


 모두 이별하며 살아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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