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에 비친 나의 고3 시절 이야기
비행 중에 반가운 별자리를 만났다.
겨울철 남쪽 하늘을 올려다보면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별자리이다.
다낭으로 비행하는 루트를 타다 보면, 요즘에는 서쪽에 가까운 방향에서 나를 반긴다. (우리나라보다 남쪽 그리고 서쪽으로 이동하다 보니 보이는 위치가 다소 다름)
바로 오리온자리~
힘들었던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야자(요즘은 없어진 야간자율학습~)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리온자리를 바라보며, 넓디넓은 하늘에 떠 있는 저 밝은 별처럼~
언젠가 하늘에서 세상을 내려다볼 수 있는 조종사가 되길 바라며 스스로에게 기운을 북돋곤 했다.
워낙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았던 시절이라, 오로지 나 혼자 스스로 고3 생활을 즐겨야(?) 했다.
수능 점수와 함께 체력검정을 치르는 사관학교를 희망한 터라(가정 형편도 넉넉지 않고, 바로 아래 한 살 터울 동생이 내 뒤로 대학교를 진학해야 하는 상황이라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공부와 운동을 같이 해야만 했다. (사실 난 운동 신경도 그리 좋지 않았기에~스스로의 약점을 알았다고나 할까?)
나에겐 학원이나 과외는 사치였기에,
(그 시절 주위 친구들이 아마도 다들 비슷했을 터다~)
스스로 다짐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별거 없다. 몸으로 때우는 수밖에~
특히 고3 마지막 일 년 동안은 학교를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가서 교실에서 자율학습하기..
(공부하기 싫은 어떤 날은, 학교 교문이라도 찍고 오려고 학교를 간 적도 있다... 사실 그날도 빈교실에 들어가 책을 보긴 했지만…)
다행히 수능전날까지 나 스스로의 약속을 지켰다.
그땐 요즘같이 짐(다양한 운동을 할 수 있는 장소)도 없었고,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돈도 없었기에~
밤 12시 야자가 끝나면,
버스 타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나갔던 동네 놀이터…
매일 밤 난 미친놈처럼 동네 몇 바퀴를 뛰어 돌고(약 3킬로), 다시 시작점인 놀이터에 오면 철봉, 제자리 멀리 뛰기, 시소에 다리를 걸치고 윗몸일으키기 등으로 체력을 키웠다.
집에 오면 항상 새벽 2시가 넘었고~
씻고 고민 없이 바로 잠이 들면, 하루 일과 끝…
다시 새벽 6시 기상~ 딱 1년~
나에게 누군가 타임머신이 있으니, 어느 시간으로 되돌아가고 싶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한결같다~
고3 수능날 마지막 영어 시험 답안을 제출한 직후로 가고 싶다고…(두 번 다시는 하지 못하리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나 또한 달려가려는 목표는 단 한 가지였기에~
정말 내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가장 간절히, 가장 전력질주를 했던 때였다.
그래서 결과가 어떻든지 간에~후회도 아쉬움도 없었다.
노력의 내용과 과정 그리고 결과에 대한 평가는 제 각기 다르겠지만, 중요한 건 내 스스로에게 부끄러움 없는 자부심과 만족감일 것이다.
가끔씩 살아가면서 가장 힘들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땐, 내가 믿는 신에게 간절한 기도와 함께~
그때 흘렸던 눈물을 생각하며~
지금도 나도 모르게 고개를 올려다보며 밤하늘에 떠 있는 오리온자리를 찾곤 한다.
ref. 우주와 조금이라도 가깝게 다가간 위치인 고(高) 고도 칵핏(cockpit)에서 바라보는 밤하늘은 정말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황홀하고 경의롭습니다. 조종사란 직업 강추 여러 가지 이유 중에 하나!!^^
ref. 저희 때보다 힘들고 어려운 입시시대에 살아가는 요즘 수험생들에게 비교하면, 제 이야기가 별~ 볼일 없고 시시할 수 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그래서 별 이야기와 함께 적어 봅니다~^^;(아재 개그))
ref. 오리온자리 별들이 사진상으로 완벽히 나오지 않아(실제 눈으로는 잘 보입니다~^^) 이해를 높이기 위해 사진을 살짝 보정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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