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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캡틴쏭 Mar 09. 2024

비행.. 그리고... 인연

인연(因緣)과 인연(夤緣)

인연

(因緣)

;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 어떤 사물과 관계되는 연줄

(夤緣)

 나무뿌리나 바위 따위를 의지하여 이리저리 올라감


인연이라는 게 이런 것일까?

지난주에 데드헤딩(Deadheading) 비행으로 김포에서 부산으로 내려가는 비행에서 너무나 반가운 얼굴을 뵈었다.


부산에 도착한 나는 항공기가 리모트(Remote) 주기장에 도착한 이유로, 스텝카(Step Car)를 통해 하기했다. 부산에서 다낭으로 이어진 비행 근무가 바로 있었기에, 양손에는 묵직한 비행가방과 레이오버백을 들고 계단을 내려와 승객들을 기다리고 있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 순간 내 전화기의 진동이 울렸다.

난 순간 “알람인가?”하고 전화기를 확인해 보니, 낯설지만 반가운 이름이 찍혀있었다.

- 최도영 선배님 -

"웬일 이시지?" 하면서도 기쁜 마음에 전화를 받아 들었다.

"선배님!!"

"인성아~ 너 내 비행기 타고 내렸니?"

"어... (당황.. 어떻게 아셨지?) 에어부산이요~ 방금 내려서 버스 탔어요”

라고 이야기하며 조종석 쪽을 올려다보니, 선배님께서 반갑게 손을 흔들고 계셨다.


“어떻게 전 줄 아셨어요?”

“너 뒤통수를 보니까 딱 너인걸 알겠다”


내 뒤통수만 봐도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 알아봐 주시니 너무나 감사했다. 오랜 시간 동안 내 주변에서 함께 지내지만, 그 사람의 모습을 눈에 혹은 가슴에 남겨서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기억을 하기가 쉽지 않음을 알기 때문에~


사실 감사보다 감격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았다.


오늘 마지막 비행으로 퇴근하신다는 말씀에 도착장 입구에서 기다리겠다고 말씀드렸다.

승객으로 탔기에 먼저 도착한 도착장 입구에서 기다리니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웃으시며 나오시는 선배님의 얼굴이 보인다. 가끔은 SNS를 통해 소식을 전하긴 했지만, 이렇게 뵙기까지는 10년이라는 훨씬 시간이 지났다.


바로 내가 공군에서 비행대대 생활하며 많은 도움 주셨던 선배님이셨다.

빡빡한 군생활에서도 나를 포함해 항상 모든 후배들에게 마음속 깊이 챙기시고 배려해 주시는 분이었다.


누군가 말하길 사람의 얼굴이 그 사람이 살아왔던 삶의 모습을 투영한다고 했던가? 선배님의 얼굴을 뵐 때면 항상 떠오르는 말이다.


10년이 지나 다시 뵌 선배님의 얼굴은 늘어난 주름만큼이나, 그 성품과 인격이 더 풍성해지신 느낌이었다.

(웃으시는 모습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으심!!^^)


선배님의 성품만큼이나 더더욱 따뜻하게 챙겨주셨던 분이 아주머님(공군에서는 선배님 배우자 분을 부르는 존칭 의미의 호칭)이셨다. 두 분의 활짝 웃으시는 얼굴은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에도 내 마음속에 잔잔히 남아있다.


이런 우연의 만남이 딱 일주일 뒤에 다시 이어졌다. (정말 우연도 이런 우연이~)

비행 스케줄로 인해 에어부산 항공기를 또다시 타고 다시 김포에서 제주로 내려가는 여정이었다.

김포공항 게이트에서 타고 갈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반가운 얼굴이 저 멀리서 나를 보고 웃으시며 다가오시는 게 아닌가?^^


선배님이셨다. 우리 둘 다 너무 반가웠지만 한편으로는 깜짝 놀랐다. 더구나 선배님 옆에 서 계신 부기장님은 내가 오래전 김포공항에서 C-172로 면장을 준비할 때 같은 비행 교육원에서 함께 비행했던 분이셨다.

반가움이 두 배~~^^


비행근무로 이내 나와 짧은 인사와 허그 후 게이트를 통해 조종석으로 들어가시는 선배님의 뒷모습을 보며, 무언가 아쉬움이 남아 고민하던 차에 게이트 근처에 편의점이 눈에 들어왔다.


편의점에 다녀오니 이윽고 탑승이 시작되었다. 항공기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이내 근처를 지나는 승무원이 나와 눈이 마주쳤다.

"진에어 기장입니다. 이거 기장님과 같이 드세요"

(기장님 두 분께는 주스를~ 캐빈 승무원분들은 바나나 우유를~ 바꿔서 살걸 그랬나??^^)

"감사합니다"


선배님께서 운항하시는 항공기는 이내 활주로를 진입하고 따듯한 봄 하늘을 향해 힘차게 날아올랐다.

피곤함으로(만성 피로임에 틀림없다. ㅠㅠ) 잠깐 잠들었을까? 아까 내 부탁을 들어주신 승무원께서 나를 살짝 깨우시며 무언가를 건네주셨다.


예쁜 손글씨 메모와 함께, 투명 파우치에 담긴 에어부산 볼펜과 포스트잇 그리고 당보충으로 제격인 초콜릿과 막대사탕이었다. 나는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다. 근무를 하며 동료들과(타 항공사 포함) 나누는 소소한 마음의 인사는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다.


제주에 도착 후 하기하는 계단에서

"선배님!!! 여기요!!"

"어~ 인성아~ 고생해~"

"선배님~ 여기 한번 보세요~"

선배님과 헤이짐이 아쉬워 재빨리 핸드폰 카메라를 켜 들었다.

'찰칵찰칵'

(원래 멋지신데, 선글라스를 끼시니 예전 군에서 같이 비행할 때 포스가 나오시는 듯 하니 더욱 멋지시다!!)

인연..

살아가며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하고 혹은 그냥 스쳐 지나가기도 한다. 내가 인지하던 인지하지 않든 간에..

비행 근무 후에 체크인한 호텔방에서 내 핸드폰 속에 저장되어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번호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몇 명이나 나와 지속적으로 교감하고 있을까?

혹은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라도 오랜 시간 지난 후에 만나면 반갑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은 몇 명이나 있을까?

핸드폰 속에 있는 수많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과연 나는 어떤 사람으로 남아 있을까?


우리가 알고 있는 인연(因緣)이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를 넘어 나무뿌리나 바위 따위를 의지하여 이리저리 올라간다는 의미의 인연(夤緣)은 나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다른 누군가에게 오래 기억에 남고, 행복감과 기쁨을 줄 수 있는 인연(因緣)으로~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며, 서로에게 꿈과 희망을 나누며 삶을 살아가는 인연(夤緣)으로~

누군가에게 기억될 수 있는 사람으로 남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조용히 스스로 해본다.


10년이 지난 오늘..

나에게 소중한 인연(因緣)과 인연(夤緣)으로 행복과 감사함을 선물해 주신 선배님처럼...



ref. 데드헤딩(Deadheading)

; 해당 편 비행임무 운항승무원이 아닌 운항승무원이 다음 승무를 위해 또는 비행근무를 마치고 회사 계획에 의해 항공기에 탑승하여 이동하는 것


ref. 리모트(Remote) 주기장

; Remote Apron

; 접현 다리가(브릿지) 설치되어 있지 않은 비행장 내에서 인원 및 화물의 탑승 혹은 탑재 등 위해 항공기가 주기되어 있는 지역


ref. 스텝카(Step car)

; Step Car or Passenger Stair

; 승객이 항공기에 탑승 시 이용하는 계단이 설치된 차량


ref. 아주머님

; 공군에서 선배님들의 배우자를 존칭 해서 호칭하는 용어로 사용한다. 육군은 동일한 의미로 보통 사모님으로 호칭한다. 에피소드로 공군 위관 장교가 육군 PX에서 물건을 사고 계산대에서 줄을 서있다가 뒤에 서 있는 육군 영관 장교 아내에게 "아주머님께서 먼저 계산하세요"~라고 배려했다가 예의 문제로 얼굴을 붉혔다는 일화를 군생활하며 들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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