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집에는 예전 주인분이 두고 가신 화목난로가 있었다. 문제는 장작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이었다.
장작이 많이 들던 화목난로(노르웨이산 '요툴')
아버지가 힘겹게 산에서 쓰러진 나무들을 끌고 와서 톱질, 대패질을 해서 장만한 땔감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장작이 5분의 1이나 적게드는 적정기술을 결합한 화목난로를 선물로 드리기로 했다.
화목난로 사장님께 난로 사진을 카톡으로 보내드리며 집에 이런 난로가 있는데 장작을 너무 많이 먹는다, 적정기술 화목난로로 바꾸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화목난로 사장님은 사진을 보시더니, 카톡 사진 속 난로가 제법 유명한 난로라는 것이다. 그리고 바꿀 건지 잘 생각해보라고 하셨다. 노르웨이산 '유툴'! 검색해보니 제법 유명하고 꽤 비싼 난로였다.
유명하고 비싸면 뭐하겠노! 아버지가 땔깜 마련하신다고 저리 생고생을 하시는데!
난로를 바꾸기로 결정했다고 문자를 드리고 새 난로를 주문했다.
산에서 나무 해오시는 아버지
톱질을 하기 위해 나무를 정리하는 아버지
난로 주문은 아버지, 어머니 몰래해야 했다. 나는 집안에서 내놓은 자식이다. 함지네 한다고 없는 형편에 그림을 5백만원이나 주고 사지를 않나, 친구한테 돈빌려주고 받지 못하지를 않나, 장애가 있는 친구가 갈 곳이 없다길래 대출받아 조그마한 집을 구해 살게 해주질 않나...그때야 대출이자가 쌌지만, 지금은 이자가 올라 빚에 허덕이고 있다.
어머니께 난로를 바꿔야 할 것 같다는 얘기를 살짝 꺼냈더니, "난로 사면 니는 내 자식아이다."라시며 화를 내셨다.
"에고, 모르겠다"하며 난로를 샀다. 난로 무게가 130kg나 되었다. 택배오신 분들이 트럭에서 내려 집안으로 들이고자 했으나, 너무 무겁다고 중간에 포기하고 도망가셨다. 난로는 오랫동안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집안에 들이지 못하고 밖에 내팽개쳐진 난로
며칠 뒤에 아랫집 형님께 부탁해 겨우 집안으로 들였다. 아랫집 형님이 난로 설치까지 해주셨다. 난 마침 집에 있던 곳감 선물세트를 드렸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지만, 아랫집 형님이 요툴 난로를 탐을 내길래 아버지는 그 귀한 난로를 그냥 주셨단다. 부전자전이라고 피는 속이기 쉽지 않다.
장작이 확실이 적게 들고, 난로의 성능도 좋고, 아버지가 땔깜 마련하느라 덜 고생해서 그런지 어머니도 난로 샀다고 호적에서 파내시지는 않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