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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최 Dec 18. 2023

우찌가야와 친구먹다

그럼 이제 삼촌이 좋아하는 거랑 친구가 되어봐

현똥이는 막내 여동생 막내딸이다.


막내 여동생은 애가 넷이다. 어찌 키우며 사는지 싶다.


4남매 중 셋이 12월에 태어났는데, 모처럼 가족들이 모여 셋의 생일을 축하했다. 나, 큰 여동생, 막내 여동생이 그 셋이다. 현똥이는 막내 여동생의 막둥이이자 넷째다.


이 날 가족들과 함께 술을 조금 하고 있는데, 자꾸 조카들이 외삼촌을 찾는다.


예고에 다니며 미술 공부하는 조카는 '미술의 역할'이 무엇인지 묻지를 않나, 현똥이는 기타를 가르쳐달라고 조르지를 않나, 다른 조카는 다리를 베고 누워 떨어지지  않지를 않나...술 대신에 조카들과 수다를 떨며 아주 강렬하고 끈끈한 밤을 보내었다.


다음 날 아침부터 현똥이가 기타를 가르쳐달라며 껌딱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그냥 기타 잡고만 있어도 멋있으니 친구처럼 곁에 두고, 기타 줄이 아니어도 좋으니 아무 데나 두드리라고 했다.


그래도 물러서질 않는다.


기타를 가르쳐본 적이 없어서 그냥 한 줄로 쳐보라고 했다.


맨 윗줄 시작음이 '미'라

'레'나 '도'는 없어 그냥 기타 판을 치라고 했다.


2년 전부터 피아노를 쳐서 그런지 절대음감이 있다.

아무것도 짚지 않고 치면 굵은 줄부터 '미-라-레-솔-시-미'라고 알려주었다.


이것만 알면 다 할 수 있으니 이제 하산하라고 했다.


손가락이 아프면 좀 쉬거나, 책을 읽거나, 스트레칭이라도 하면 더 기타 치는데 도움이 될 거라 얼버무렸다


기타가 없을 땐 음악을 들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Kiss the rain(이루마)을 피아노로 칠 수 있다고 하길래, 기타 버전을 들려주었다. 산타나 스무스, 기타리스트 정성하 보헤미안 랩소디 기타곡도 틀었다.


정성하가 부러운 모양이다.


삼촌 나도 할 수 있을까...

내가 어케 아냐! 니가 알지


아무튼 기타 한 줄로 "학교 종이 땡땡땡..."을 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레슨비를 달라고 했다.


외삼촌의 기타 강의가 마음에 들었는 지

. 레슨비로 만원을 준다


"만원 밖에 안 주냐'라고 했더니


"삼만 원 정도 생각했는데

 오만 원짜리, 만 원짜리 밖에 없어서" 만원만 준 거란다.


전화번호를 달라고 해서 주었다.


며칠 전부터 현똥이한테서 전화도 오고 카톡도 왔다.

이 참조카들 단톡방도 만들었다. 대학생 1명, 고등학생, 중학생, 초등학생 단톡방이다. 단톡방의 주인공은 단연 내년에 초등학교 3학년이 되는 현똥이다. 단톡방을 주름잡는다.


삼촌 무슨 일해?


다 들어보더니 "그럼 삼촌이 좋아하는 거랑 친구가 되어봐"라며 외삼촌이 기타를 가르쳐주며 한 말을 똑같이 써먹는다.


현똥이가 하라고 하면 해야 한다. 우찌가야와 친구 먹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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