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씨가 된 나의 결혼.
중학교 때, 엄마랑 아빠가 집에 드레스를 한 가득 가져왔었다.
말 그대로 결혼식 때 입는 화려한 비즈와 레이스가 주렁주렁 달린 드레스.
: 엄마 이게 다 뭐에요?
: 신부들이 입는 드레스야! 엄마 드레스에 대해 공부할거야! 딸이 있으니까 좋다!
글을 쓰며 계산해보니 엄마 나이 마흔이였다.
보험일을 하며 아빠와 이런저런 사업을 하던 엄마는 그렇게 아빠와 본격적으로 웨딩사업을 시작하겠다며
중학생인 나를 모델삼아 여러 드레스들을 입혀주었다.
다행히 부모님 사업이 잘 풀리기 시작하면서 나도 간간히 용돈벌이로 일을 도와드리곤 했었다.
어릴 땐 보조역할로 일을 도와드리다 대학교 졸업 후에는 조금 더 가까이에서 일을 도와드리게 되었는데
'결혼'이라는 환상이 와장창 깨지게 되는 수면 아래의 현실을 수 없이 목격하게 되었다.
예단은 이혼보다는 파혼이라는 결단을 내리게 했고 혼수는 서로에게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혔다.
예식장은 공장같았고 축하와 사랑의 말이 뿜어져 나와야 할 공간에서는 평가와 근거없는 편견이 오고갔다.
물론 행복한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불행해보이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친구들은 내게 쉽게 말하곤 했었다. 넌 결혼식 걱정없겠다고, 부모님이 다 해주실텐데 뭐가 문제겠냐고.
그럼 나는 항상 이렇게 되받아쳤다.
: 나는 결혼하게 된다면 물 한 그릇 떠다놓고 할거야. 아주 깨끗한 정화수로다가!
영화에서만 보던 그런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 것만 같아 늘 속상하던 스무살의 내가 푸념처럼 했던 그 말이
지금에 와서 이뤄질 줄 그 땐 정말로 몰랐다. 거대한 물 앞에서 내가 정말 결혼하게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