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라앤글 Mar 13. 2024

40대 아줌마의 스터디카페 첫나들이

"여보, 이번주는 당신이 아이들 저녁 좀 챙겨줘~ 나 이번주는 공부 좀 하다 들어올게"


드디어 지난주 토요일 남편의 자격증 시험이 끝났다. 퇴근 후 시험공부를 하고 늘 집에 12시가 넘어 들어오던 남편 덕분에 평일 저녁은 늘 분주했다. 퇴근 후 아이들의 저녁을 챙기고 설거지와 빨래, 둘째 목욕까지 시키면 금세 밤 9시가 된다.

"오늘 할 일은 다 했니?"

"네~"

사춘기 6학년 아들과 대화랄 것도 없는 짧은 몇 마디를 주고받고 2학년 둘째가 읽어 달라는 책을 읽어주면 또 금세 10시가 다 된다. 10시가 넘어서는 책 몇 장 읽다 보면 하루의 피곤이 몰려와 졸음이 쏟아지기 일쑤다. 그렇게 주중의 바쁜 시간이 아쉽게 흘러가기만 했다.


몇 개월간 퇴근 후 시험 준비만 하던 남편도 힘들었을 텐데 우리는 공부와 살림의 공수교대를 기꺼이 선택했다. 남편의 시험 결과는 한 달 뒤에나 나오지만 어찌 될지 모르는 결과에 일주일만 쉬고 다시 공부를 시작하겠다는 남편이다. 나로서도 그 일주일의 시간을 그냥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몇 개월간 아니 몇 년째 퇴근 후 반복되던 나의 삶을 일주일이라는 시간이나마 남편에게 양보를 해 본다.

'여보, 퇴근하고 아이들을 부탁해. 아이들도 아빠와 보내는 저녁시간이 행복할 거야'


마흔 하고도 중반이 넘어 새롭게 생긴 나의 꿈을 남편은 늘 마음 다해 응원을 하고 있다.

"당신은 뭐든 잘할 거야. 강사도 당신이랑 너무 잘 어울려"

작년 가을 작가가 되어 보겠노라고 작가 수업을 들을 때도, 인스타그램을 키우며 강의를 해 보겠노라고 말을 했을 때도 남편은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나를 지지했다. 덕분에 남편이 집에 있는 시간에는 방에 들어가 책을 읽거나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미운구석도 참 많은 사람이지만 아무 의심 없이 나의 앞길을 지지해 주는 남편이 참 고맙다.






밤 10시에 문을 닫는 도서관의 아쉬움을 동료 작가님들께 털어놨더니 스터디카페를 가 보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다. 스터디카페? 방송이나 SNS에서 사진이나 영상으로 보기만 했던 그 스터디카페?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지만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 시작하자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

집 근처 스터디카페를 검색하고 이용 방법까지 숙지했다. 요즘 스터디카페에는 운영진도 거의 없다는데 젊은 사람들에게 키오스크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할머니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역시나 스터디카페는 키오스크가 가장 먼저 나를 반겨주었다. 주위를 둘러보고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설명서부터 차근차근 읽고 하나하나 따라 하기 시작했다. 카페에서 커피 시키는 것보다 몇 단계는 더 복잡한 순서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할만한 수준이다. 3시간 4천 원의 금액을 지불하고 지문등록까지 마친 후 드디어 스터디카페라는 신세계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자리에 짐을 내려놓고 텀블러에 마실 물과 아메리카노 2잔까지 야무지게 받아서 자리에 앉아본다. 아주 오래전 수능 공부를 위해 도서실에 온듯한 느낌에 한껏 젊어진 기분이다. 오래간만에 주어진 조용한 나만의 시간에 이렇게 글을 쓰고 읽고자 계획했던 책을 읽을 것이다.






글을 쓰기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집에서 식구들 뒷바라지에만 힘을 쏟고 그저 책 몇 권 읽으며 무료하게 보냈을 나날이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나만의 일이 생겨났고, 더 많은 책을 읽게 되었다. 책 속의 작가들은 끊임없이 나에게 동기를 부여했고 너는 가능성이 있다고, 잘할 수 있다고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나의 꿈은 커져만 가고 있다.


이제 나는 나의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는다.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고 많은 사람들의 지지와 공감을 받고 있으며 다른 사람들에게 글쓰기를 권유하며 작가의 길을 안내하기까지 하고 있다. 서평 지원을 해서 받던 도서를 출판사의 협찬으로 읽기 시작했고 너무 많은 협찬이 감당이 되지 않아서 이제는 출판사와 협업광고까지 진행하고 있다.


나는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을 알고 있다. 그 일들을 위해 끊임없이 공부를 계속해 나갈 것이다. 아직 세부적인 일정까지 구체적으로 정하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글을 써서 책을 출간할 것이고 인스타그램에서 나와 같이 성장을 꿈꾸는 사람들의 안내자가 되어 그들을 도울 것이다. 배워서 남 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나를 발전시키고 남을 도우며 그 누구보다 행복한 삶을 살아갈 것이다.


스터디카페에 앉아 이어폰을 꽂은 채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이 참 고맙고 행복하다. 삶은 배움의 연속이다. 오늘의 스터디카페 첫나들이가 나를 이렇게 설렘 속에 글을 쓰게 하고 있다. 앞으로도 새로운 도전 앞에 두려워하지 말고 기쁨으로 나아갈 것이다.


4천 원을 지불하고 3시간의 시간 속에서 나를 성장시키고 꿈을 키워간다. 처음 방문한 스터디카페지만 자주 이용하게 될 것만 같다. 40대 아줌마의 도전은 계속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워킹맘이여, 돌봄 교실을 사수하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