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돌봄 교실 재신청 기간이 돌아왔다. 미혼이거나 자녀가 어리거나 또는 자녀가 다 큰 독자들은 돌봄 교실을 잘 모를 수도 있기에 설명을 붙여 본다.
돌봄 교실은 교실의 정규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이 모여 간식도 먹고 여러 가지 체험수업등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보통은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이 많이 이용하게 되는 곳인데, 학교생활을 시작하는 1학년 엄마들이 가장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시스템이 바로 돌봄 교실이다. 이제 막 학교에 입학한 어린아이를 일찍부터 학원으로 뺑뺑이를 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보통의 학교는 1~2학년만 이용이 가능하고 3학년부터는 수업 시간도 늘어나고 학원 2~3개를 순회하면 되기 때문에 조금 큰 3학년부터는 돌봄 교실을 이용할 수 없다.(학교마다 기준 다름) 대신 3학년부터는 돌봄 교실 대신 방과 후 수업을 많이 이용하기도 한다.돌봄 교실을 이용하는 1~2학년 아이들도 중간중간 방과 후 수업을 참여한다.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 전에는 돌봄 교실과 방과 후 수업이 뭐가 다른지 구분이 안 갔다. 쉽게 말해 돌봄 교실은 무료이고 방과 후 수업은 일정의 수업료를 내고 정규 수업이 끝나고 듣는 학교 내의 (학원) 수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돌봄 교실은 돌봄 선생님이 한 교실에서 1~2학년 아이들을 돌봐 주시고 돌봄 교실 자체 특강 수업이 있다. 아이를 보니 클레이수업, 체육교실, 비즈 만들기 등의 특활 수업이 주를 이룬다.(학교마다 다름)
방과 후 수업은 수학, 영어, 주산, 바이올린, 방송댄스, 요리, 과학등 여러 분야의 수업이 있는데 보통 분기별로 수업료를 내고 진행하게 된다.
어찌 됐건 맞벌이 부모들의 선택지는 돌봄 교실, 방과 후 수업, 학원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1~2학년 때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돌봄 교실을 이용하지 않았지만 올해 둘째가 1학년에 입학하면서 돌봄 교실 신청을 했고 다행히 당첨(?)이 돼서 회사생활을 걱정 없이 할 수 있었다.
보통 돌봄 교실은 정규수업 후부터 4~5시까지 이다. 부모가 6시에 퇴근하고 빠르게 집에 오면 7시 이기 때문에 돌봄 교실을 이용해도 학원 하나는 필수이다.
1년간 아이를 잘 맡아 주었던 돌봄 교실 선생님께 돌봄 교실 재신청 문자가 도착했다.
돌봄 교실 선생님의 문자를 보고 가정통신문을 기다리고 있었고 어제는 회사의 급여업무 마지막 날이었기에 정신이 없었다. 남편에게도 내용을 전달해 부모의 제출 서류는 준비가 되었지만 돌봄 교실 신청서를 작성하지 못한 채 제출일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아침 일찍 병원에 들렀다가 출근하는 바람에 집에서 먼저 나왔는데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돌봄 교실 서류를 어떻게 하냐는 물음에 날짜가 다다랐음을 알고 아차 싶었다. 일단은 아이 가방에 구비서류를 넣어서 보내라고 했고 돌봄 선생님께 신청서 관련 문의를 드렸다.
서류접수 마감 시간은 4시! 방법은 단 한 가지 점심시간에 학교에 가는 수 밖에는 없다. 경쟁이 치열한 돌봄 교실에서 서류접수 누락은 바로 탈락이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아이 학교로 향했다. 시베리아 같은 날씨를 뚫고 학교를 가며 미리 서류 확인을 하지 못한 나 자신을 탓했다.
돌봄 교실에 가서 무사히 신청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일반 맞벌이 가정은 입반순위 3순위이기 때문이다. 이제 할 일은 두 손 모아 2024년 돌봄 교실 합격이 되길 바라는 것뿐이다. 돌봄 교실에서 떨어지면 어떻게 되냐? 바로 학원을 하나 더 추가해야 한다. 이미 두 아이는 태권도와 공부학원을 다니고 있어서 학원비가 만만치가 않다. 가정의 경제사정을 위해서라도 돌봄 교실이 꼭 되어야 하는 이유다.
공식적으로는 돌봄 교실은 6시까지로 되어 있으나 보통 3시 정도면 아이들이 다 학원으로 간다. 맘 같아서는 아이를 돌봄 교실 마지막 타임까지 있게 하고 싶었지만 현실은 또 그렇게 할 수 없는 무언의 룰이 있었다.
6시에 퇴근을 하고 집에 가면 7시가 다 되기 때문에 결국 학원은 보내야 하는 현실이다. 4시 20분~6시까지 영어/수학 격일로 수업하는 학원을 찾아 첫째와 둘째를 세트로 보내기 시작했다.
돌봄 교실에서 둘째를 데리고 나오는 것은 첫째의 몫이 되었고 사춘기 5학년 아이는 그 일을 몹시도 귀찮아했다. 더군다나 4시에 돌봄 교실에서 마지막까지 혼자 있는 아이를 선생님이 싫어하지는 않으실까 노심초사했다.
그러던 와중에 마침 돌봄 교실에서 혼자 있기 심심해하던 둘째가 친구 따라 태권도 학원을 다니고 싶다고 했다. 학원비 지출은 더 늘어났고 돌봄 교실에서 2시쯤 나가서 태권도 학원을 들렀다가 공부학원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학원 뺑뺑이가 시작되었다. 그나마 돌봄 교실이 있기에 두 개의 학원만 다니지 돌봄 교실 탈락의 고배를 마시면 둘째는 원하지도 않는 피아노 학원을 하나 더 다녀야 한다.
갈수록 출산율은 줄어들고 부모들은 아이 키우기 힘든 세상이라고 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거창하게 사회문제까지 끄집어내지 않아도 맞벌이 가정에서 아이들의 돌봄 문제는 가정 경제와 생사가 걸려 있는 문제다.
사교육을 줄여야 한다고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맞벌이가정의 워킹맘으로서 이 정도는 이루어졌음 하는 바람이 있다.
1. 하교 후 돌봄 교실 전 학년 확대 및 시간 연장
2. 방과 후 수업의 다양화와 저녁 수업 확대
저녁 돌봄 교실 운영 및 방과 후 수업으로 일자리를 창출하여 퇴직자나 시간 근무자들의 일자리까지 확보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정치인들과 사회전문가들이 빠른 결정을 내려서 좀 더 좋은 실행 방향이 나오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