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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라Lee Jun 23. 2024

남편이 말해줘 깨닫게 된 사실

야식 토크

신랑과 야식으로 맥주와 치킨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지금 마시는 카스의 도수가 몇이냐고 물으니 4.5도라고 했다. 냉장고 안에 든 자몽맛 하이볼은 몇 도냐고 물으니 그것도 비슷할 거라 대답했다.


하이볼 얘기가 나오니, 문득 몇 년 새 인기 주종이 되어 인기가 많아진 이유와 도수 높은 위스키에 왜 토닉워터나 과일 주스 등등을 섞어먹게 된 건지 그 유래가 궁금했다.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고 순살양념 통닭 한 조각을 포크로 쿡 찍더니 신랑이 대답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밖에 잘 나갈 수 없게 된 사람들이 집에 오래 머물게 되면서 이런저런 시도들을 하다가 만들어낸 거라고. 술 마시는 취미가 생긴 사람들이 이때 더 급증했을 거라고.


그래서 내가 그랬다. 우리 집은 코로나19 때도 술을 별로 안 마시지 않았냐, 그럼 우린 집에서 뭘 하며 그 지루한 시간들을 달랬던 거냐고 물으니 신랑의 기똥찬 대답이 돌아왔다.

"우린 그때 밀크(우리 집 강아지)를 집에 데려왔지."


맞다, 그랬지.

2020년 7월에, 정말 코로나가 한창일 때 밖에도 자유롭게 못 나가고 심지어 학교도 제대로 다닐 수 없던 가여운 외동 딸아이를 위해 외롭지 말라고 밀크를 동생으로 데려왔었지.


평소에 조용한 신랑이 가끔 툭툭 던지말에 감동일 때가 있다. 상대는 T적인 사실관계를 이야기했을 뿐인데 지독한 F인 내가 그 말에 혼자 크게 감격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귀염둥이 밀크 덕분에 코로나가 창궐할지언정 집에 갇혀서도 우리 가족은 까르르 웃었고 재롱에 큰 위로를 받았다. 이제 4살이 된 밀크는 로나와 함께 우리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고마운 가족이다.


아주 가끔 똥을 배변판에 정확히 명중하여 싸지 못한다고 소리 질렀던 것을 반성합니다. 쉬 하자마자 발로 밟아 마루에 오줌 발자국을 내며 돌아다닌다고 짜증 것도 반성합니다.


조그만 강아지 한 마리가 우리 가족에게 주었던 기쁨을 기억하며 작은 실수들은 넘어가, 아량을 베푸는 법을 매일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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