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날 딸의 우산이 부러졌다
우산대 한 개가 날아가 땅에 툭 떨어졌다
망가진 우산을 챙겨 모으느라 분주했을 너
별일은 아니었길
그래도 조금 놀란 마음 잘 개어 놓으렴
지나치는 하얀 친구를 보았다
옛 기억이
뾰족한 송곳처럼 찌르려다
문득 돌아본 아이의 웃음에
생각을 거두고 나도 미소 짓는다
너는 날 온몸으로 살렸고
나는 널 끝내 안아주지 못했어
고마운 마음 전할 길 없이
그냥 넌 스러져갔네
다음엔 꼭 좋은 사람 만나
그동안 행복이 무언지 이야기해 주느라 고생 많았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면
살에 닿는 오싹함에 몸서리치겠지
기다림은 시간이 해결해주나 봐
지쳐 녹아내리던 땀과 눈물도
기억 없이 허공으로 날아올라갔잖아
더딘 날들에
얼마나 또 하염없어야 할지
옥죄어오는 마음에
속이 까맣게 타들어간다
그래도
차가운 하늘을 맞닥뜨리고
흰 가루가 날릴 때쯤
넌 새롭게 단장한 고운 모습으로
나를 찾아올 거라 했으니
난 조심스레 책장을 넘기며
기다리고 있을게
이번에 만나면
다시는 어리석은 눈물짓지 않도록 하자
눈물방울에 베인 상처는
계속 따끔할 것 같아서
올해가 가기 전에 꼭 다시 봐
앳된 모습의 네가 참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