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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라Lee Aug 22. 2024

올해가 가기 전에 꼭 다시 봐

비가 내리는 날 딸의 우산이 부러졌다

우산대 한 개가 날아가 땅에 툭 떨어졌다

망가진 우산을 챙겨 모으느라 분주했을 너

별일은 아니었길

그래도 조금 놀란 마음 잘 개어 놓으렴


지나치는 하얀 친구를 보았다

옛 기억이

뾰족한 송곳처럼 찌르려다

문득 돌아본 아이의 웃음에

생각을 거두고 나도 미소 짓는다


너는 날 온몸으로 살렸

나는 널 끝내 안아주지 못했어

고마운 마음 전할 길 없이

그냥 넌 스러져갔네

다음엔 꼭 좋은 사람 만나

그동안 행복이 무언지 이야기해 주느라 고생 많았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

살에 닿는 오싹함에 몸서리치겠지

기다림은 시간이 해결해주나 봐

지쳐 녹아내리던 땀과 눈물도

기억 없이 허공으로 날아올라갔잖아


더딘 날들에

얼마나 또 하염없어야 할지

옥죄어오는 마음에

속이 까맣게 타들어간다


그래도

차가운 하늘을 맞닥뜨리고 

흰 가루가 날릴 때쯤

넌 새롭게 단장한 고운 모습으로

나를 찾아올 거라 했으니


 조심스레 책장을 넘기며

기다리고 있을게

이번에 만나면

다시는 어리석은 눈물짓지 않도록 하자

눈물방울에 베인 상처는

계속 따끔할 것 같아서


올해가 가기 전에 꼭 다시 봐

앳된 모습의 네가 참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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